커크 더글라스와 아내 앤. |
98세 전설적 수퍼스타, 아내에게 띄우는‘연시’
할리웃의 전설적인 수퍼스타 커크 더글라스가 12월9일 98세가 되었다. 1996년 거의 치명적인 뇌졸중을 일으켜 그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있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쇠약한 몸이지만 여전히 강한 생명력과 좋은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베벌리힐스에 아내 앤과 함께 살고 있다.
더글라스는 최근 시집‘인생은 시’(Life Could Be Verse)를 출판했다. 그의 첫 책은 1988년에 쓴 자서전‘넝마주이의 아들’인데 2012년에는 할리웃의 블랙리스트를 깨는데 앞장 선 뒷얘기를 다룬‘나는 스파르타커스!’를 출판했다.
‘인생은 시’는 사랑과 상실과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에 대한 회고록이자 60년을 함께 해로한 아내 앤에게 바치는 연애편지로 더글라스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더글라스는 1953년 파리에서 자기 영화 ‘사랑의 행위’의 홍보를 맡았던 앤을 만났는데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앤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의 시 ‘로맨스는 80에 시작하지/난 그것을 알고도 남지/나는 내게 사랑이 그렇다는 것을/ 얘기해 주는 여자와 살고 있지’는 그의 이런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글라스는 1946년 느와르 ‘마사 아이버스의 이상한 사랑’으로 데뷔한 후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챔피언’(1949)과 ‘악인과 미녀’(1952) 그리고 반 고흐로 나온 ‘생의 욕망’(9156) 등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못 탔다. 더글라스는 뇌졸중 후에서야 오스카 명예상을 받았다. 한편 그는 2011년 오스카 시상식에 깜짝 시상자로 나왔었다.
더글라스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들로는 ‘에이스 인 더 호울’과 ‘영광의 길’ 및 ‘O.K. 목장의 결투’ 등이 있다.
더글라스의 생애에 있어 가장 빛나는 일은 1950년대 말 아직도 할리웃에 남아 있던 좌경 영화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파괴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겸한 사극 ‘스파르타커스’(1960)의 각본을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달턴 트럼보에게 맡긴 뒤 영화 크레딧에 그의 실명을 정식으로 올렸다. 이를 계기로 할리웃의 블랙리스트가 사라졌다.
시와 자전적 이야기 그리고 영화와 가족사진으로 짜여진 시집은 더글라스기 낸 책 중에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 그는 한 동안 자기가 시를 쓰는 것을 감추었으나 나이 98세에 용기를 얻어 냈다고 한다.
더글라스는 대학시절부터 시를 썼는데 세인트 로렌스 대학에 다닐 때 교실의 자기 앞 자리에 앉아 있던 빨강머리의 여학생에게 빨강머리를 찬미하는 시를 써 보내 2년간 데이트를 했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더글라스는 또 자신이 연기뿐 아니라 브로드웨이에서 노래도 부르는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44년 뮤지컬 ‘온 더 타운’에 캐스팅됐으나 노래 ‘론리 타운’의 고음에 이르지 못해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비록 브로드웨이에는 서지 못했지만 더글라스는 여러 편의 영화에서 콤비를 이룬 버트 랭카스터와 함께 오스카 쇼에 나와 춤추고 노래를 불러 한을 풀었다. 이 밖에도 더글라스는 디즈니의 1954년 작 모험영화 ‘해저 2만리’에서도 ‘웨일 오브 어 테일’을 노래해 잠수함에 동승한 물개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더글라스의 아들 마이클도 오스카상을 받은 제작자이자 배우로 둘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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