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9월 9일 화요일

‘워킹 데드’글렌 역 스티븐 연


“연기자의 길 반대했던 부모님, 이젠 든든한 후원자”


AMC-TV의 인기시리즈로 인간과 산송장들의 대결을 그린‘워킹 데드’(Walking Dead)에서 한국계 글렌 리역을 맡은 스티븐 연(30-한국명 연상엽)과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단정힌 차림의 곱게 생긴 스티븐은 나이보다 젊어 보였는데 인터뷰 전 기자와 만나 두손으로 악수를 하면서 한국말로“반갑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스티븐은 5세 때 이민와 부모가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도록 가르쳐 한국말을 할줄 안다고 알려줬다.  매우 겸손한 사람으로 유머를 섞어가며 지혜롭게 대답을 했는데 내면이 무척 성숙된 젊은이라고 느꼈다. 인터뷰 후 함께 사진을 찍을 때“애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망설이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싱글이에요”라고만 말했다. 그런데 스티븐은 시리즈에서 공연하는 영국배우로 글렌의 애인 매기역을 맡은 로렌 코핸(31)과 데이트하는 관계라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스티븐은 현 한국의 북한전략센터 대표인 강철환씨의 함남 요덕정치범 수용소에서의 10년간의 삶을 그릴 영화‘평양의 어항’에서 강씨 역을 맡을 예정으로 제작도 겸한다.

5세 때 미국 이민… 집에서는 한국말 사용
할리웃 진출 문 열어준·전세대 선배들에 감사
‘워킹 데드’는 종말적 현대 사회분위기 반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당신은 시리즈(현재 제5회 시즌)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 칭찬이 자자한데 스스로 타고난 연기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칭찬에 감사한다. 내가 글렌 역을 맡게된 것은 정말 운수대통한 일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맡은 역에도 점점 확신을 갖게 됐는데 내 연기가 진전한 것은 다 시리즈에 나오는 선배들의 지도 격려 탓이다. 나는 처음부터 공연배우들에게 ‘질문을 무더기로 해도 되겠느냐’고 물은 뒤 그들의 자문을 받았다. 따라서 좋다는 내 연기는 다 그들 탓이다.”

―이 시리즈가 당신에게 있어 훌륭한 영화배우가 될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 시리즈 뒤로 보다 많은 역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난 지금 내 역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영화계와 연기등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연기외에도  감독과 각본집필등 무엇이 먼저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은 지금까지 내가 터득한 것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기를 사랑하게 되면서 당신 역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가.
“글렌은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 다소 무모하고 또 남을 위해 희생할 의도마저 있었지만 매기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위해 살아야 된다고 마음을 바꾼다. 이 사랑이 나를 활짝 개방시키고 또 키워줬다. 글렌은 사랑으로 인해 제공자요 연인이며 또 파트너요 본격적인 남자로 성장한 것이다.”

―사람과 산송장 중에 누가 더 잔인하다고 보는가.
“단연 사람이다. 그 것이 이 쇼의 매력이다. 이 시리즈는 생존에 관한 것으로 때로 혼란이 오면 사람들은 선과 악의 극단적인 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산송장영화는 무엇인가.
“난 산송장영화 팬이 아니다. 너무 끔직하다. 그러나 산송장영화를 풍자한 ‘션 오브 더 데드’는 재미 있게 봤다. 그리고 ‘28일 후’도 좋게 봤다.”

―산송장을 피할 수 있는 묘책 세가지를 말해보라.
“몸에서 악취를 풍기고 가볍게 여행을 하며 예쁜 여자를 친구로 두는 것이다.”

―글렌과 당신의 유사성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글렌 역의 스티븐 연과 그의 연인 매기 역의 로렌 코핸.
“그와 나는 모두 아주 평범하다는 것이 같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체격도 크지 않고 또 아시안 아메리칸이어서 농구와 풋볼 같은 경기가 있을 때면 늘 꼴찌로 뽑혔다. 따라서 난  많은 것들을 극복해야 했고 또 나도 평균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글렌과 나는 매우 닮았다. 둘 다 오해 받고 잘못 전해지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점이라면 글렌이 나보다 더 괴이한 복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탱크탑을 입는데 난 그 것을 안 입는다.”

―시리즈에서 당신이 겪은 가장 끔직한 장면은 무엇인가.
“우물 속에서 줄에 매달려 있는 나를 잡아 먹겠다고 밑에서 손을 뻗치는 물에 퉁퉁 불은 산송장 장면이다. 나는 내 밑에 어떤 산송장이 있는 줄을 모르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보고 진짜로 혼비백산 했었다.”

―대부분의 아시안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사업가가 되거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데 당신이 배우가 되기로 했을 때 당신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안 좋았다. 그러나 나를 밀어주었다. 난 그런 부모를 둔 행운아다. 그러나 난 자랄 때 부모 속을 많이 썩였다. 나는 나 같은 자식 두고싶지 않다. 부모에게 대어들고 끊임 없이 따졌다. 왜 이를 닦아야 하며 왜 일찍 자야 하느냐고 대어 들었다. 부모가 하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가 부모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나의 부모는 ‘우리가 반대하면 또 난리법석을 떨겠지’라며 허락했다. 그리고 2년간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뒤로 즉시 나를 후원했다. 이제 그들은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할리웃이 아시안계를 위해 문을 충분히 열었다고 보는가.
“우리의 전 세대보다 우리 세대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내가 그 증거다. 난 나의 전 세대 선배들 보다 덜 고생하고 이런 역을 맡을 수가 있었다. 선배들은 쓰레기같은 역을 맡아야했고 그나마 많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난 참 운이 좋아 다른 아시안계 배우들보다 쉽게 할리웃에 진출할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라는 딱지를 떼어버리는 것이다. 내 정체성과 모습을 유지하면서 온전한 미국인으로서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역을 해내는 것이다.”

―시리즈에 아시안 산송장이 몇이나 있는지 세어 봤는가.
“굉장히 많다. 첫 번째 시즌에는 2명내지 3명이었는데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그 수도 늘어났다. 그러나 산송장들은 다 비슷해 인종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산송장 중에는 한국계 스턴트맨이 있다.”

―팬들이 당신을 보면 어떤 반응을 하는가.
“사람들이 내가 한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이 쇼를 보는 이유는 단순히 무섭고 놀라운 것을 보자는 것만이 아니라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가 이 시대와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고 본다. 팬들의 호응에 정말로 감사한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산송장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 우리 시대의 어떤 현상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요즘 우리 사회에는 세상 종말적인 분위가 감돌고 있다. 뉴스매체의 발달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참극들이 마치 우리집 뒷마당에서 일어난 것처럼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경제붕괴를 비롯해 온갖 불길한 뉴스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다량으로 우리에게 공급돼 우리는 마치 세계종말이 곧 올것같은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 시리즈는 이런 면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산송장이 판을 치는 세상에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쇼에 매어달리는 것 같다.”

―시리즈는 애틀란타에서 찍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주 좋아한다. 촬영을 할때면 사람들이 떼를 지어 와서 구경한다. 이런 인기 시리즈가 자신들의 동네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같았다.” 

―글렌이 다음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지도자가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현재로서 글렌은 자기 자신을 찾기에 바쁘다. 글렌은 계속해 성장하고 있다. 지도자란 단순히 힘이 센 자가 아니라 남을 돌보고 염려하며 또 총명하고 지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글렌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다.”

―당신과 매기의 관계는 순탄하겠는가.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글렌은 매기를 붙잡고 놔 주지 않을 것인데 매기가 어떨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다.”

―사랑의 치유력을 느껴봤는가. 사랑이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사랑이란 모든 것이다. 나도 그 것에 내밀히 관여해본 적이 있다. 반드시 로맨틱한 사랑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것이든지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는 개가 있는데 개를 처음 가지면서 그 것을 돌보기 위해 그때까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이란 이런 관계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본다. 나는 우리가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글렌과 매기의 관계도 그런 것이다.”

―한국에서 애틀란타까지 온 경위를 말해달라.
“난 한국에서 출생했다. 부모는 1988년에 캐나다로 이민을 했다. 거기서 1년쯤 보내고 미시간으로 왔다. 삼촌이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시간에서 자라 거기서 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시카고로 이주했다. 연극에 뛰어들었다. 코미디그룹 세컨드시티와 2년 순회공연을 한 뒤 2009년 배짱 하나 믿고 LA로 왔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갔다. 참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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