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두발, 빌 나이, 빌 머리, 사이몬 펙, 제이슨 베이트만, 티나 페이, 제인 폰다, 덴젤 워싱턴, 케빈 코스너, 옥테이비아 스펜서, 애담 샌들러, 안셀 엘고트, 케이틀린 디버,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티모시 스팔,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4일부터 닷새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인터뷰한 배우들이다.
데이빗 다브킨, 존 스튜어트, 션 레비, 제이슨 라이트만. 같은 기간에 인터뷰한 감독들이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인터뷰하고 영화 보고 저녁 파티에 참석하다 보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는 유난히 강행군이어서 할리웃외신기자협회(HFPA)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론토길 고생길”이라며 투덜댔다.
토론토 국제영화제(4-14일)는 오락성 있는 영화도 많이 상영하고 또 규모도 큰 영화시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상시즌의 개막영화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 9편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중 8편이 여기서 제일 먼저 각광을 받은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특히 개막후 첫 나흘간 수상후보감들이 상영되는데 올해는 영화제측이 토론토영화제 직전에 폐막된 텔루라이드영화제 및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을 이 기간에서 제외시키는 바람에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과 ‘와일드’(Wild) 같은 무게 있는 영화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예년처럼 영화제 초반에 오스카상 후보감들이 떠오르지 않아 다소 맥 빠지는 영화제가 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로버트 두발이 부자로 나온 개막작 ‘판사’(The Judge)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2시간 반짜리 지루한 가족과 법정 드라마로 두 배우의 경쟁하는 듯한 연기는 좋지만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엔 미흡하다.
이어 사전 기대를 모았던 컴퓨터시대의 가족관계 단절을 다룬 ‘남자, 여자 & 아이들’(Men, Women & Children)과 뿔뿔이 헤어졌던 자녀들이 부친 장례식차 귀향해 떠들어대는 ‘여기가 내가 당신을 떠나는 곳’(This Is Where I Leave You) 도 가슴에 와 닿질 않는 평번한 것들이었다.
토론토영화제 팬들은 영화의 질과 관계 없이 영화가 끝나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이 끝난 뒤 팬들이 보여준 기립박수와 환호는 그 열기가 보통을 훨씬 넘어섰다. 나도 큰 박수를 보냈는데 이 영화가 이번 영화제의 큰 수확이다.
‘시간의 짧은 역사’를 쓴 윌체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전기로 호킹으로 나온 영국의 젊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단연 오스카상감이다. 레드메인의 ‘나의 왼발’이라는 소리가 자자했다. 그의 첫부인 제인 역의 작고 예쁘장한 펠리시티 존스도 호연인데 이 영화는 오스카 작품과 각본과 감독 및 남우주연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오를만한 수작이다.
인터뷰 때 재미 있었던 일은 빌 머리의 너스레와 샴페인 접대. ‘세인트 빈센트’에서의 심술첨지 베이비시터 역으로 오스카주연상 후보감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머리는 인터뷰 후 샴페인을 주문하고 우리들에게 “서두르지들 말고 샴페인을 마셔요”라고 명령을 했다. 나는 그 명령대로 샴페인을 마시고 그와 잔을 마주치면서 사진을 찍었다.
애담 샌들러의 악의 없는 상소리도 기억에 남는다. ‘남자, 여자 & 아이들’ 인터뷰 후 사진을 찍는데 그가 날보고 “헤이 영맨”이라며 “나 곧 48세가 돼”라고 늙은 티를 냈다. 이에 내가 기가 막혀 “뭐 나보고 영맨이라고, 나 60이 훨씬 넘었어”라고 말했더니 애담은 정색을하고 “불 쉿”이라고 불손한 소리를 했다. 난 깔깔대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제에 참석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HFPA/InStyle 파티다. 하늘에 뜬 별들만큼이나 많은 스타들과 우리 회원들을 비롯한 손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고 껴안고 사진 찍느라 아수라장을 이룬다.
스타들을 동반한 홍보담당자들은 여기서 우리 회원들을 잡아 끌다시피하며 자기 배우들과 인사를 시킨다. 골든 글로브상 후보 고를 때 기억해 달라는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에디 레드메인과 펠리시티 존스 및 사이몬 펙과 악수하고 사진 찍고 짧은 몇 마디를 나눴다.
이날 만나 제일 반가웠던 배우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줄리엣 비노쉬(사진). 검은 드레스를 입은 줄리엣은 다소 냉기가 감돌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에게 닥아가 악수를 청한 뒤 “줄리엣,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우리 몇 년 전에 부산영화제서 만났지요”라고 반가워 했다. 줄리엣은 이에 “고맙습니다”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엄격함이 느껴져 더 좋았다.
자정이 넘어 파티장을 나서니 파티장 앞에 장사진을 친 팬들이 차에서 내리고 타는 스타들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들은 파티가 끝나는 새벽 2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땅에 내려온 별구경을 했을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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