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9월 9일 화요일

선셋대로(Sunset Blvd.)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 고발 불후의 명화


노마(오른쪽)가 조에게 왕년의 자기 영화를 보여주면서 뽐내고 있다.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1950년작 불후의 명화로 환상과 미혹 위에 세워진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또 그것들을 음침하게 웃어 제친 블랙 코미디다. ‘
할리웃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라고 불리는 영화는 로맨틱하고 우아했던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이기도 하다.
한물간 왕년의 무성영화 시대 수퍼스타였던 노마 데즈몬드(글로리아 스완슨)가 쏜 총에 맞고 선셋대로에 있는 노마의 저택 풀에 눈을 뜨고 엎드린 채 떠오른 안 팔리는 각본가 조(윌리엄 홀든)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조는 자기 자동차를 회수하려는 리포맨들을 피해 선셋대로로 도망가다가 노마의 집에 숨어든 것을 계기로 자신이 아직도 수퍼스타라는 망상에 빠진 노마의 기둥서방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자기 삶에 넌더리가 난 조가 노마를 떠나다가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전율스럽도록 뛰어난 것은 노마의 광기를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표현해낸 스완슨의 연기. 완전히 돌아버린 노마가 자기 집 계단을 내려오면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카메라맨들을 영화촬영 팀으로 오인하고 “올 라잇, 드밀씨, 나 클로스업할 준비 됐어요”라고 말하는 라스트신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것이다.
“나는 커. 작아진 것은 영화들이야”를 비롯해 기차게 멋진 대사가 가득한 영화로 무성영화 시대 빅 스타를 비롯해 왕년의 유명 영화와 연예인들이 실명으로 나온다. 명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과 유명 가십 칼럼니스트 헤다 하퍼 그리고 명감독 세실 B. 드밀 및 명감독이자 배우였던 에릭 본 스트로하임 등이 나온다.      
와일더의 경험과 성격과 지성 그리고 독기 서린 위트와 유머가 가득 찬 영화로 작품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개봉 당시에는 대중의 큰 인기를 얻지 못했었다.
인기보다는 관객과 비평가와 영화사 사장들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준 작품으로 한 영화사 사장은 와일더를 “자기에게 밥 주는 주인의 손을 무는 개”라고 비난했었다.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각본상과 음악상 등 3개만 받았다.
12일 하오 7시30분에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 극장(10899 윌셔)에서 상영한다. 꼭 보시도록 권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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