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X-멘'휴 잭맨

“과거로 시간여행, 아주 호기심 가는 일”




23일 개봉된 공상과학 액션영화‘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영화평 참조)에서 울버린으로 나온 호주 태생의 휴 잭맨(45)과의 인터뷰가 9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잭맨은 이날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왔다. 그는“아주 가벼운 피부암으로 인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면서“기사를 쓸 때 꼭 피부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반드시 검사를 받을 것과 외출할 때 선스크린을 바를 것을 명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구의 미남으로 영화‘레 미제라블’에서 노래 실력을 보여준 잭맨은 액센트가 있는 아름다운 음성으로 질문에 자세히 씩씩하게 답변했다. 아주 쾌적한 사람으로 서민적이어서 호감이 간다. 휴 잭맨의 이름과 기자의 영어 이름은 서로 이니셜이 같은 H.J.로 그래서 잭맨은 기자를 만날 때마다“오, H.J. 우린 이름이 같지”라며 반가워하곤 한다. 인터뷰 후 그와 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우린 서로 이름은 같을지 모르지만 당신은 내 동생이지”라고 농을 하자 잭맨은“하 하”며 크게 웃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이것이 당신의 마지막 ‘X-멘’영화가 될 것인가.
- 누가 감독하고 각본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 지금 나는 짐 맨골드 감독과 함께 또 다른 ‘울버린’ 영화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단지 속편을 위한 영화가 아닌 새로운 각도의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되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만큼 나는 울버린에 애착을 갖고 있고 또 팬들을 존경한다. 아직 각본이 완성 안 돼 100% “예스”라곤 말 못하겠지만 ‘울버린’ 속편이 만들어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당신은 액션영화와 뮤지컬 등 여러 장르의 영화에 나왔는데 어느 장르가 가장 하기 편한가.
- 과거라면 내가 연기생활을 시작한 연극이라고 말했겠지만 이젠 모든 장르에 다 적응하려고 한다. 난 배우는 것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겐 변화가 중요하다. 

*당신은 영화에서 “난 인내심이 없다”고 말했는데 실제론 어떤가.
- 난 아주 잘 참는다. 날 못 참게 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일상적인 것들인데 특히 난 아이들을 잘 못 참는다.

*영화 속 돌연변이들의 여러 초능력 중 가장 갖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남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난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고 싶지 않다. 신비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울버린과 미스티크(왼쪽)는 막강한 능력을 지닌 로보트들의 공격을 받는다.

*당신은 광고에 잘 나오는데 몽블랑 펜 광고에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 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질과 디자인 때문이다. 난 어렸을 때 글씨를 아주 못 썼는데 그러면서도 품격 있고 스타일 좋은 몽블랑 펜으로 쓰겠다고 우겼다. 그렇다고 글씨가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폼은 좋았다. 그 때부터 배우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모범학생이었는가.
- 난 내용은 잘 몰라도 암기를 잘 했다. 그래서 성적은 좋았다. 지금도 세트에서 즉석으로 각본을 외운다. 그러나 그 뒤론 금방 까먹는다. 난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학생이 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두 아이는 ‘X-멘’에 대해 어떻게 상각하는가.
-딸아이 에이바(8)는 어렸을 때 영화에 잠깐 엑스트라로 나왔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장면은 잘려 나갔다. 딸아이가 배운 첫 쇼 비즈니스의 교훈이다. 얼마 전에 아들 오스카(13)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울버린’을 봤는데 다 본 다음에 아들이 “차별대우 등 여러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을 때 참으로 기뻤다. 아들이 여름용 팝콘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아들은 내게 조언까지 했다. 울버린이 그렇게 노상 싸울 것만이 아니라 좀 평화로운 인물로 묘사하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그것 좋은 소리네”라고 답했지만 팬들이 그런 울버린을 좋아할지 의문이다.

*이 영화가 다른 ‘X-멘’ 영화에 비해 월등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용과 특수효과와 음악 등이 다 좋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된 올스타 캐스트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규모이면서 또한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다.

*당신의 패션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 90%는 편한 것이다. 나머지 10%는 가끔 잘 차려 입는다. 생활 중에서 가장 호사스런 것 중의 하나가 잘 만든 수제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이 두 번째 수술인 줄 아는데.
- 그렇다.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수술 후 가족을 비롯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로 검사 받을 것을 권했다. 내 담당의는 단 한 번이라도 피부를 태운 적이 있으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와 상관없다. 호주 태생인 난 아마 수 없이 많이 피부를 태웠을 것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데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당신도 시간여행을 하겠는가.
- 아마 그럴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매우 호기심이 난다. 내가 지금 아는 것을 가지고 고교시절로 돌아간다면 참 재미있을 것이다. 

*종양 제거수술에 대해 이렇게 공공연히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 그것은 내가 숨길 수도 없는 것이며 또 숨겨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울버린으로서 그런 사실을 말한다면 내 나이 또래와 함께 어린 아이들에게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방을 위해서다. 그렇지 않고 숨기자면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 것이고 내 집 앞에는 아마도 50명의 파파라치들이 잠복해 있다가 마스크를 쓴 내 사진을 찍을 것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1970년대로 돌아가는데 70년대의 무엇을 좋아하는가.
- 난 1968년에 태어났지만 80년대의 것들과 더 친밀하다. 특히 어렸을 때보다 자유스러운 고등학교 때가 많이 생각난다. 70년대 비틀즈와 레드 제펠린과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지금도 좋아한다.                 

*당신은 과거와 미래 중 어느 때로 더 가고 싶은가.
- 과거다. 특히 고교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난 그 때 유난히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옛날과 달리 보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비행기를 탈 때 창가와 복도 옆의 자리 중 어느 자리를 더 좋아하는가.
- 30세가 될 때까지만 해도 비행기 맨 뒷자리에 앉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나아져 앞자리에 앉는다. 앞에만 앉는다면 어느 자리건 상관없다.

*종양제거 수술 후 당신의 아내가 돋보기를 들고 당신의 얼굴을 자주 관찰이라도 하는가.
- 아직은 아니다.

*영화에서 우리의 미래는 매우 황량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당신은 우리의 미래가 실제로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나는 올해 뉴욕의 센트럴팍에서 열릴 나보다 훨씬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티즌 축제’의 사회를 맡는다. 나는 요즘의 젊은 세대가 나의 세대보다 더 이 세상을 기아에서 해방시키고 또 지구온난화도 방지해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확실히 믿는다. 내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이 세상의 문제들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여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을 자신들의 임무로 여기고 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 목적지는 어디인가.
- 아내와 단 둘이라면 파리다. 아이들도 간다면 모로코다. 모로코야 말로 참으로 흥미 있는 곳이다. 호주는 내 고향이니 답변에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이미 뮤지컬에선 노래를 부른 당신의 음성은 오페라에도 훌륭히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만약 오페라 무대에 선다면 어떤 역을 노래하고 싶은가.
- 사실 난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한 희가극 ‘메리 위도’에 출연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메트에서 있은 오디션에 갔었다. 마이크도 없는 엄청나게 큰 극장에서 노래를 불러야해 겁이 났다. 여감독이 하라는 대로 노래를 불렀는데 극장 앞에서 4분의 3쯤 뒷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은 감독이 “좋아요. 그런데 당신의 노래 소리가 안 들리네요”라고 말했다. 난 있는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나서 난 오페라에 나오려면 적어도 2~3년 정도의 정식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난 오페라 가수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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