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을 한 4명의 대학생 아마추어 도둑들이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도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
“도서관의 희귀고서적 훔쳐내 팔자”
4인조 대학생‘황당 절도’흥미진진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 믿어지지가 않는 대학생들의 도서관 절도사건을 다룬 범죄 스릴러인데 실화다. ‘털이 영화’(heist movie)로 괴이할 정도로 비현실적인데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2003년에 켄터키주 렉싱턴의 대학에서 벌어진 4인조 대학생들의 희귀고서적 절도 사건을 털이 영화답게 박력 있고 긴장감 가득하게 그리면서 아울러 거의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처리했는데 이 영화로 데뷔한 영국의 바트 레이턴 감독(각본 겸)의 솜씨가 장인 급이다.
특이한 것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4명이 영화 중간 중간에 나와 카메라를 보고 딩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편으로는 철없던 젊은 시절의 무모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는데 이런 수법은 감독이 기록영화 감독 출신이어서 사용한 것 같다. 이들의 설명 때문에 저럴 수가 있나 하면서 보던 영화가 탄탄한 현실감을 갖추게 된다.
2003년. 켄터키주의 렉싱턴에 있는 트랜실베니아 대학생들인 스펜서(배리 키간)와 워렌(에반 피터스)은 친구. 둘 다 똑똑하고 가정환경도 좋아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들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스펜서가 느닷없이 교내 도서관 별실에 있는 희귀고서적을 훔쳐 팔아 돈을 벌겠다는 아이디어에 착상, 워렌에게 동조하라고 부탁한다.
도서관 별실에는 미국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더번의 책 ‘미국의 새들’과 함께 다윈의 서적이 있는데 이것이 두 도둑의 목표. 그리고 별실에는 여자 사서(앤 다우드) 한 사람만이 있어 책 훔치기는 누어서 떡 먹기라는 것이 스펜서의 생각이다. 그리고 아마추어 예비 도둑들인 스펜서와 워렌은 인원이 더 필요해 대학 동급생들인 채스(블레이크 제너)와 에릭(재레드 에이브래햄슨)을 포섭한다.
넷은 이제부터 범행 계획을 짜면서 먼저 뉴욕과 유럽에까지 가 장물아비와 만난다. 그리고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짜지만 역시 아마추어들이라 긴급 상황 시 대처 방안 등에 대해선 소홀히 한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털이를 위해 털이 영화들도 보는데 ‘킬링’ ‘아스팔트 정글’ ‘리피피’ ‘굿 펠라즈’ 및 ‘저수지의 개들’ 등이 교과서 구실을 한다. 4인조 아마추어 도둑들의 실제 범행이 이들 영화 분위기를 풍긴다.
그 동안 범행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드디어 범행일이 와 4인조는 털이에 들어간다. 때는 학기말 시험 때.
4인조는 회색 가발에 수염을 붙이고 두터운 코트에 모자들을 쓴 채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이들의 범행 과정이 긴장감 가득하고 스릴이 넘치면서도 황당무계한 코미디 같아 킬킬거리며 웃게 된다.
범행은 일부만 성공, 스펜서와 워렌은 훔친 책을 팔려고 뉴욕에 간다. 그러나 이들은 철저하게 아마추어들이라 여기서 스펜서가 큰 실수를 한다. 4명의 젊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는데 특히 어수룩해 보이는 키간의 연기가 돋보인다.
소품인데 스튜디오 영화 같은 스케일을 지닌 대담한 영화다. R등급. The Orchard.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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