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왼쪽)과 윌은 사회를 등지고 숲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산다. |
세상 등지고 숲에서 사는 아버지와 딸의 생존과 사랑
세상을 등지고 숲속에서 사는 아버지와 딸의 세상 주변인들로서의 삶과 사랑과 존경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린 조용하고 부드럽고 사려 깊은 소품 드라마로 강렬한 충격을 주지는 못하나 보고 난 후에도 영화의 이미지와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가 한동안 뇌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우아한 작품이다.
감독은 제니퍼 로렌스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소품 ‘윈터즈 본’(Winter‘s Bone-2010)을 만든 여류 데브라 그래닉으로 두 영화가 다 사회의 주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얘기는 빈약할 정도로 간결하지만 감독은 아버지와 딸을 연민과 동정과 깊은 이해의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검소하고 사려 깊게 이들의 생존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일종의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한데 아버지로 나오는 벤 포스터와 딸로 나오는 뉴질랜드 배우 토마신 하코트 맥켄지의 콤비와 착 가라앉은 연기가 감동적이다. 맥켄지는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
영화는 오레곤 주 포틀랜드의 국립공원의 깊은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윌(포스터)과 그의 13세 난 딸 톰(맥켄지)이 아침에 일어나 밥 지어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윌은 철저히 문명과 사회를 기피하는 사람으로 딸이 독립 정신을 갖도록 격려하면서도 사회로 내려 보내진 않는다. 톰도 이에 불만 없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둘이 평화 공존하는데 둘은 서로에게 철저히 의존하면서 사는 관계다.
둘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때는 식료품을 살 때와 재향군인인 윌이 병원에서 약을 받으러 갈 때 뿐이다. 윌이 세상을 기피하는 이유는 그의 종군 후유증 때문임을 알 수가 있다.
윌과 톰은 당국의 단속에 걸려 사회보장센터에 보내지는데 여기서 잠시 헤어졌던 둘은 센터의 도움으로 목장을 경영하는 사람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사회와 문명을 하나의 교도소로 여기는 윌은 며칠 못 가 톰을 데리고 다시 숲속으로 돌아간다.
윌과 톰은 숲속과 도시에서 다른 텐트 족들과 재향군인들과 사회봉사자들과 좌표를 잃은 10대들 그리고 친절한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데 이들이 마지막에 조우하는 사람들은 숲 속에 자리 잡은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서 톰은 자기가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숲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디까지나 딸의 독립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윌은 톰을 남겨 놓고 다시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간다. 둘의 이별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드는데 영화는 윌과 톰이 언젠가 다시 만날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연기를 잘 하는 포스터의 안으로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자비롭고 부드러운 연기와 맥켄지의 나이를 넘어선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가득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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