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이 부상한 알렉스를 이끌고 하산하고 있다. |
경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남은 두 남녀
록키 설경 위 펼쳐지는 생존기 로맨스
백설이 만건곤한 록키산 꼭대기에 추락한 경비행기의 두 남녀 생존자의 생존투쟁과 로맨스를 그럴싸하게 접목한 얘기로 내용이 다소 억지이고 어처구니도 없지만 경치와 스타파워를 즐기면서 시간 보내기엔 안성맞춤인 영화다. 특히 여성 팬들이 좋아하겠는데 깊이는 없다.
할리웃 영화이니 만큼 결말이 어떻게 될지 자명한데도 공연히 꼼수를 쓰면서 멜로드라마의 극치를 밟고 있지만 이런 여러 단점들은 매력적인 두 수퍼스타 케이트 윈슬렛과 이드리스 엘바의 찰떡궁합으로 인해 눈감아주게 된다. 저 두 사람이 살아나 결합되기만을 바라게 된다.
겨울 악천후로 솔트레이공항에서 항공편이 취소된 알렉스(윈슬렛)와 벤(엘바)은 경비행기를 대절한다. 알렉스는 사진저널리스트요 영국인인 벤은 볼티모어에 본부를 둔 신경외과의. 알렉스는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고 벤은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비행기에는 조종사의 애견이 동승했다.
그런데 악천후를 뚫고 비행하던 조종사(보 브리지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면서 비행기가 사방이 눈으로 덮인 록키산 꼭대기에 추락한다. 이 추락으로 알렉스는 한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으나 기내에 비상의료함이 있고 벤이 의사이니만큼 응급처치가 돼 다리를 절긴 하나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식량. 그러나 이 식량문제도 처음에는 알렉스가 자기를 공격하는 쿠가를 비상용 신호총으로 사살해 해결된다. 그리고 둘은 구출을 기다리느냐 아니면 하산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하산을 결정한다. 걷고 또 걷고 가다가 지치면 동굴에서 자고 추우니까 둘이 꼭 껴안으면서 둘 사이에 모락모락 사랑의 기운이 솟아오른다.
영화는 가끔 유머도 섞어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스릴을 부추기나 둘이 어떻게 될지 뻔해 긴장감이나 스릴은 없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윈슬렛은 얼굴이 곱기만 한데 개를 포함해 셋이 뭘 먹으며 하산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정 급하면 개를 잡아먹겠지만 개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미국이니 만큼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캐나다에서 찍은 설경 하나만해도 볼만한 영화로 감독은 둘 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패라다이스 나우’와 ‘오마르’를 연출한 팔레스타인 태생의 하니 아부-아사드. PG-13. Fox.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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