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베어’같은 아버지 벤과 그가 자연 속에서 키우는 6남매. |
6명의 아이를 매우 독특하게 키우는 아버지
루소의 가르침에 따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연 속에서 혼자 고교 3년생 나이의 아들에서부터 코흘리개 어린 딸까지 6남매를 키우는 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룬 매우 독특한 얘기로 보고 생각할 점이 많은 영화다.
독소가 만연한 세상과 그것의 문화로부터 이탈해 아이들과 숲속에 살면서 그들을 학습시키고 또 생존의 방법을 가르치면서 키우는 반문화적인 히피 아버지는 과연 좋은 아버지인가 아니면 거의 아동학대와도 같은 자녀 양육은 비판 받아야 하는 것인가.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이 같은 양육의 문제점은 언젠가 아이들이 숲을 떠나 세상에 나가 살기로 했을 경우 부닥쳐야 하는 대인관계. 이런 난관은 영화에서 아주 코믹하고 재치 있게 묘사된다. 여느 영화들과 아주 다른 상당히 재미있고 또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영화는 처음에 워싱턴주 숲속에 사는 벤(비고 모텐슨)이 그의 6남매와 함께 장남 보데반(조지 매케이)의 성년의식을 치르는 사냥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의식을 보는 것 같다. 아이들의 어머니 레즐리는 정신질환으로 입원했다.
벤은 ‘파파 베어’로 아이들에게 육체적으로 강훈련을 시키고(맨손 암벽등반은 너무했다) 자기방어술과 함께 자연 속에서의 생존방법 등을 가르치고 아울러 각종 책을 읽게 하고 또 아이들의 지능을 존중해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모두를 젊은 성인처럼 취급한다.
어린 딸에게 강간, 성교, 성기 그리고 출산 등에 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고 ‘롤리타’도 읽게 허락하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엄청나게 박식하다. 벤의 일가가 이모 집을 방문했을 때 이 집의 아이폰 중독자들인 두 아들과 벤의 어린 딸의 대조적인 지식의 깊이가 재미있다.
그런데 레즐리가 자살하면서 벤의 가족은 바깥세상의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레즐리는 평소에 자기가 죽으면 화장을 해달라고 벤에게 부탁했는데 이와 반대로 뉴멕시코에 사는 레즐리의 완고한 아버지(프랭크 란젤라)는 매장을 강행하면서 벤은 일가족을 버스에 태우고 뉴멕시코로 간다. 이 과정에서 보데반의 첫 키스를 비롯해 여러 에피소드가 일어나는데 모든 것을 대인관계와 경험이 아닌 책에서 배운 아이들(레이디 가가도 ‘스타 트렉’도 모른다)의 바깥세상과의 엉뚱한 대면이 우습다.
보데반은 어머니의 격려로 벤 모르게 각종 대학에 지원해 하버드를 비롯해 모든 아이비리그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고 고민하는데 영화는 자연 대 속세의 대립을 이런 식으로 깊이와 재치를 가미해 잘 표현하고 있다. 해변에서 치르는 벤과 아이들의 레즐리 장례식이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지적인 배우 모텐슨이 영혼이 가득한 연기를 하는데 자기 성기까지 보여준다. 그와 함께 아역 배우들이 한결 같이 뛰어난 연기를 하고 촬영도 유려하다. 맷 로스 감독(각본 겸). R. Bleecker Street.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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