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 네 자매가 정원에서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
인물과 풍경과 내용이 아름다운 4자매의 가족영화
‘부전자전’과 ‘아무도 몰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관계와 버려진 아이들에 관한 영화를 잘 만드는 일본의 코레-에다 히로까주 감독(각본 겸)의 조용하고 투명한 또 다른 가족영화로 4자매의 얘기여서 이치가와 콘 감독의 ‘마끼오카 자매들’을 연상시킨다. 인물과 풍경과 내용이 모두 아름다운 영화로 특히 고운 촬영은 역시 가족영화를 많이 만든 오주 야수지로의 영화를 닮았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자연스런 연기가 좋은 작품이나 너무 차분하고 감정 노출을 극도로 억제해 극적 흥분을 느끼기가 힘든 것이 결점이다. 따라서 인내심이 요구되는데 때로 답답할 정도로 서술이 지지부진한 감마저 있다. 그러나 깊이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명상하는 듯한 작품이다.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해변 마을 가마꾸라(오주가 여기 살았다)의 큰 저택에서 사는 고다 3자매는 29세난 간호사 사찌(아야세 하루카)와 22세난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와 19세난 지까(가호). 엄격하고 침착한 모범여성 사찌는 두 동생의 어머니와도 같은 역을 한다. 이들의 아버지는 오래 전에 다른 여자에 반해 집을 나갔는데 이 여자가 죽자 멀리 북쪽에 사는 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 미야꼬(오따께 시노부)도 15년 전에 남자를 만나 가출해 버렸다. 이 영화는 따라서 어른들에 의해 엉망이 된 자신들의 삶과 화해를 하는 자식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다 자매의 아버지의 부음이 날아든다. 자매들은 이 소식에 시큰둥하나 사찌는 자기는 일을 핑계대고 두 동생을 아버지 장례식에 보낸다. 뒤늦게 사찌도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여기서 이들은 13세난 수줍음 타는 이복 여동생 수주(히로세 수주)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사찌는 대뜸 수주에게 함께 살자고 제의한다. 그래서 세 자매가 네 자매가 된다.
이어 얘기는 가마꾸라에서의 네 자매의 삶과 희롱과 자매애 그리고 작은 다툼과 갈등 같은 것으로 점철되는데 소소한 얘기들이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사찌와 그녀를 사랑하는 의사의 관계와 자유분방한 요시노의 남자관계와 함께 이웃 주민들과의 관계 등이 잔가지를 치나 애정문제는 슬쩍 지나쳐 가는 식으로 비중이 약하다.
이렇게 별 큰 변동이 없던 자매들의 삶은 갑자기 이들의 어머니가 나타나 용서를 구하면서 극적인 파랑을 일으킨다. 그림 같은 해변마을 풍경과 계절의 변화 그리고 기모노를 입은 자매들의 불꽃놀이와 음식장만 장면 등을 찍은 촬영이 참으로 곱고 아야세의 연기가 빛난다. 성인용. Sony Classics.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