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월 11일 일요일

빅 아이즈 (Big Eyes)


월터(크리스토프 월츠)가 마가렛(에이미 애담스)에게 수작을 걸고 있다.


얼굴 전체에 균형이 맞지 않는 크고 텅 빈 검은 눈을 한 아이들의 초상화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여류 화가 마가렛 킨(87)과 그의 날사기꾼 남편 월터와의 파란만장한 관계를 그린 얄궂고 재치 있는 코미디 드라마인데 화폭 위의 물감처럼 알록달록하게 재미있다.
1960년대 초의 얘기로 당시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그들에게 복종하며 살아야 했던 여자들에 대한 불평등과 함께 예술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에 대한 사뿐한 탐사로 영리하고 귀엽고 날렵한 작품이다. 괴짜라고 불러도 좋을 팀 버튼이 감독했는데 그의 다소 과격하고 이색적인 터치가 가득하다.
교외에서 살던 남편과 헤어진 마가렛(에이미 애담스)은 어린 딸 제인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다. 마가렛은 공원에서 1달러를 받고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 주는데 한결같이 허공을 응시하는 텅 빈 검은 눈을 가진 아이들로 그린다. 마가렛 옆에서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했다는 월터(크리스토프 월츠)가 그림 장사를 하는데 이 자가 마가렛에게 다가와 온갖 감언이설로 마가렛을 꼬드긴다.
마가렛은 천하의 날사기꾼이면서 말 잘하고 사람의 감정을 조작하는데 능수능란한 매력적인 월터의 유혹에 넘어가 그와 결혼한다. 월터는 마가렛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독려, 아내의 그림을 팔러 다니다가 후에 유명한 예술촌이 된 노스비치에 있는 엔리코 반두치(존 폴리토)가 경영하는 클럽 화장실 입구에 그림을 걸어놓는다.
그림이 손님들의 인기를 얻자 월터는 자기가 그린 것이라고 선전을 한다. 이에 마가렛이 항의를 하자 월터는 또 감언이설로 이 항의를 묵살시킨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여자가 그린 그림은 갤러리에서도 전시하기를 마다해 마가렛은 이래저래 월터의 말대로 집에서 ‘빅 아이즈’ 그림을 마치 국화빵 찍어내듯이 그려 내놓는다.
그런데 이 그림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월터는 벼락 유명 화가가 되는데 마가렛이 다시 불평을 하자 월터는 “이제 화가의 진짜 신원을 밝히면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면서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 아니냐”고 달랜다. 그리고 킨갤러리를 개장하면서는 완전히 월터가 진짜 화가가 되고 마가렛은 뒷전으로 물러나 그림 생산하는 종이 되다시피 한다.  
견디다 못한 마가렛이 딸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 월터에게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하나 월터는 그림을 100개 이상 그려줘야 이혼해 주겠다고 대꾸한다. 그림을 계속해 그려 남편에게 보내던 마가렛은 마침내 자신을 제대로 추슬러 지역 방송에 나가 ‘빅 아이즈’의 화가가 자신이라고 밝힌다. 이에 월터가 마가렛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공방이 벌어지는데 현명한 판사(제임스 사이토)에 의해 당연하게 종결된다. 이 재판과정이 아주 재미있고 우습다.
기차게 잘하는 것은 애담스와 월츠의 연기다. 애담스는 남편한테 눌려 살다가 독립하면서 개화하는 여자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그러나 영화를 말아먹다시피 하는 것은 월츠다.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악한데도 미워하기가 힘든데 카멜레온의 변신과도 같은 연기다. 이밖에도 월터와 가까운 사이가 된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의 칼럼니스트 딕 놀란 역의 대니 휴스턴과 ‘빅 아이즈’를 싸구려 장난 같은 그림이라고 혹평한 뉴욕타임스의 미술비평가 존 카나데이 역의 테렌스 스탬프 및 화랑 주인 역의 제이슨 슈와츠맨 그리고 제임스 사이토 등의 연기도 일품이다.
이와 함께 시대를 잘 표현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과 촬영도 좋고 라나 델 레이가 부르는 주제가 ‘빅 아이즈’가 거의 귀기서린 것처럼 으스스하게 아름답다. PG-13. TWC.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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