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4월 14일 월요일

연인들만이 살아 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

수백년 사랑 이어온 흡혈귀 연인 스토리


오래간만에 재회한 애담과 이브가 사랑의 기운에 싸여 있다.

수백 년간을 서로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 두 남녀 보헤미안 떠돌이 흡혈귀 연인의 러브 스토리로 항상 비스듬한 각도로 서정적 무드의 예술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독립영화인 짐 자무시(‘미스터리 열차’ ‘브로큰 플라워’ ‘데드 맨’) 감독의 영화다.
몽환적인 분위기 안에서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식해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국외자들인 연인 흡혈귀의 세상에 대한 탄식과 둘의 사랑 그리고 자신들의 앞날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을 우울하고 이름답고 또 감정 가득히 부드럽게 그린 꿈꾸는 듯한 로맨틱 소야곡이다.
흡혈귀 얘기여서 대부분 밤에 얘기된다. 두 연인은 애담과 이브. 애담(탐 히들스톤)은 쇠락한 디트로이트(파산한 이 도시를 참 잘 사용했다)에 살고 이브(틸다 스윈튼)는 아프리카의 탄지에에 살고 있다. 은둔자처럼 사는 애담은 방에서 죽치고 앉아 음악에 심취해 살고 있는데 신선한 피를 돈을 주고 병원기구 담당자인 닥터 왓슨(제프리 라이트)으로부터 산다. 애담은 또 비닐 레코드와 희귀 기타를 자기를 따르는 젊은 이안(안톤 옐친)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한편 이브는 셰익스피어와 관계가 있던 말로(존 허트)로부터 신선한 피를 공급 받는데 인간들의 피는 위험하게 오염이 돼 애담과 이브는 신선한 피를 확보하는 것이 큰일이다. 이것은 둘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브가 돌연 애담이 그리워 디트로이트로 오면서 이 음악과 문학에 정통하고 세련된 멋쟁이 연인들은 오래간만에 뜨거운 사랑으로 재회를 반긴다. 소극적인 애담과 적극적인 이브가 두문불출하고 사랑에 잠겨 있는 정경이 아주 섹시하고 로맨틱하다. 
그런데 갑자기 저돌적인 이브의 여동생 에이바(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이 집에 쳐들어오면서 두 연인의 가정적 평온이 깨어지고 이를 견디다 못해 둘은 탄지에로 도피한다. 여전히 문제는 깨끗한 피를 조달하는 것. 애담과 이브는 인적이 끊긴 탄지에를 헤매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앞날을 염려한다. 갈비씨 키다리 연기파인 스윈튼이 긴 백금발 가발을 쓴 채 우아하고 육감적인 흡혈귀 연기를 상냥하고 정감 가득하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영화다. 
R.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470-0492)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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