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벤 애플렉)이 실종된 아내의 행방에 대해 대중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
아내의 실종… 한꺼풀씩 벗는 부부의 딴 모습
아내가 살해당하거나 실종되면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이 남편이다. 이 영화도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부식해 가는 결혼의 모습을 파헤친 멜로물이자 서스펜스 스릴러다. 뛰어난 감독 데이빗 핀처(‘소셜 네트웍’)도 이 영화는 겉으로는 단란해 보이나 안으로는 썩어 문드러져 가는 결혼생활을 다룬 진지한 작품이라고 말하나 그렇게 깊이가 있는 작품은 아니고 다분히 오락성 위주의 선정적인 영화다.
총천연색 필름 느와르라고 하겠는데 배신과 음모와 살인이 있는데다가 ‘남편 말이 맞아, 아니면 아내 말이 맞아’라는 식으로 얘기를 알쏭달쏭하게 이끌어가 재미는 만점이다. 남편 측과 아내 측의 얘기를 병행식으로 나열하면서 현재와 과거가 오락가락하는데 완벽하게 뽑은 주ㆍ조연 배우들(닐 패트릭 해리스 빼고)의 눈부신 연기와 나무랄 데 없는 구조와 연출력과 촬영과 음악 및 프로덕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하다.
그러나 얘기가 자연스럽다기보다 조작한 느낌이 들고 종결부를 다소 엿가락 늘이듯이 늘인 점과 일부 믿어지지 않는 장면 등은 옥에 티라고 하겠다. 9월25일에 시작된 뉴욕영화제 개막작인데 상감은 되지 못한다.
원작은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TV 담당기자로 일하다가 경기침체 때 해고당한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인데 내용의 일부는 이런 자기 경험을 담았다. 아주 고약하고 사악하며 냉소적인 영화인데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
미주리주 노스카테이지의 천편일률적인 교외 주택지에 사는 닉 던(벤 애플렉)이 이른 아침 집 앞에서 어딘가 불안하고 수상쩍은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이어 쌍둥이 여동생 마고(캐리 쿤이 잘 한다)와 함께 경영하는 자신의 바에 들러 동생과 함께 이른 버본을 마시면서 오늘이 아내 에이미(로자문드 파이크)와의 결혼 5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닉은 집에 돌아와 리빙룸의 커피테이블이 박살이 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에이미가 실종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닉의 얘기와 에이미가 자기 일기를 읽는 형식으로 두 갈래로 진행된다.
닉과 에이미는 몇 년 전만해도 뉴욕에 살던 여피 부부로 둘 다 잡지기자였는데 경기침체와 함께 모두 해고당한다. 그리고 닉의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둘은 시골로 이사를 온 것이다. 에이미의 부모는 유명한 아동소설 작가로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미다.
닉이 에이미의 실종을 신고하면서 여형사 론다(킴 딕킨스가 빼어난 연기를 한다)와 파트너 짐(패트릭 휴짓)이 수사를 맡는다. 그리고 닉의 집에서 에이미의 혈흔이 발견된다. 이어 닉은 미디어를 통해 아내의 실종을 알리고 대중의 도움을 요청한다.
경찰이 우선 닉을 심문하면서 도시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과 미디어가 닉을 아내 실종의 주범으로 몰아붙인다(영화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편협한 생각과 미디어 서커스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닉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완전히 살인자로 찍힌다. 이에 닉은 뉴욕의 유명 변호사 태너(타일러 페리도 잘 한다)를 고용한다.
한편 에이미가 읽는 일기는 따분한 시골에서 백수로 지내는 닉과 자신의 관계가 갈수록 상하면서 점점 닉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상영시간 2시간 반)쯤 지나 플롯이 충격적으로 변전하고 에이미의 대학시절 애인 데지(닐 패트릭 스미스)가 에이미가 두는 장기판의 말로 등장한다. 그런데 도대체 에이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영국 배우 파이크의 과거 이미지를 깨어버릴 영화로 독성이 있는 백합과 같은 모습으로 강인한 연기를 한다. R. Fox.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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