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설국열차(Snowpiercer)

눈과 얼음뿐인 지구, 살아남아야 한다


보안 시스템 전문가 남궁민수(송강호)가 딸(고아성)을 안고 부유층의 객실 쪽으로 가고 있다.

김지운과 박찬욱(이 영화의 제작자)에 이어 할리웃에 진출하는 봉준호 감독의 대하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로 유혈폭력 속에 지구의 환경파괴와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인간성과 도덕의 타락 등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며 철학적인 명제들을 다룬 상징이 많은 현대판 우화다. 
지구 종말 후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에 탄 경제적 하류층의 부유층에 대한 불만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내용은 마치 공산주의 혁명을 연상시키는데 이와 함께 구제불능의 인간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과연 인간은 구제받을 가치가 있는가 하고 묻고 있다.
빈곤층과 격리된 열차의 객실에 탄 부유층과 그들의 리더가 마치 나치나 북한(생체실험과 세뇌교육 등)의 실상처럼 묘사됐는데 이와 함께 이들을 태우고 달리는 열차의 신성한 엔진에 대한 절대적 숭배는 프리츠 랭의 ‘메트로폴리스’를 생각나게 한다.
지적이요 야심적이며 총명한 연출력이 돋보이긴 하나 너무나 교훈적인 것이 탈이다.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듯이 현 세상의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과 인간성ㆍ도덕성의 몰락과 함께 환경문제와 인구문제 등 너무나 잡다한 메시지를 내세워 체하겠다. 다소 절제가 필요한데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의 재미와 함께 감동이 감소되고 말았다. 원작은 프랑스 그래픽노블.
2031년. 17년 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험이 실패하면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눈과 얼음의 나라가 됐다.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구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달리는 기차에 탔다. 기차는 축소판 세상으로 거지꼴을 한 가난한 사람들은 기차 뒤 칸에 부유한 특권층 사람들은 앞 칸에 탄 채 두 사회는 여러 개의 강철문으로 차단이 됐다.
기차의 주인은 영화 끝에 나오는 윌포드(에드 해리스)로 그는 자신의 하수인인 틀니를 한 메이슨(틸다 스윈튼이 해괴한 차림으로 코믹한 연기를 한다)을 비롯해 부유층의 신과도 같은 존재다. 윌포드는 기차 내 질서를 유지하고 한심한 인간들을 통제하는 독재자로 히틀러나 김정은과 다를 바가 없다.
부유층의 횡포와 호사에 이를 가는 빈곤층(바퀴벌레로 만든 바를 음식으로 먹는다)은 젊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그의 2인자 에드가(제이미 벨)를 리더로 부유층의 객실을 점령하고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을 시작한다. 유혈폭력 속에 이들은 객실을 하나씩 점령하는데 객실과 객실을 차단한 강철 문을 여는 사람이 기차의 보안 시스템을 고안한 남궁민수(송강호). 민수에겐 ‘기차 베이비’인 17세난 딸 요나(고아성)가 있다.
총궐기한 빈곤층과 부유층의 군대 간의 피가 튀는 전투 끝에 커티스 일행은 마침내 부유층의 객실로 침투한다. 여기서 여태까지 어두컴컴하고 사색을 띠던 색깔이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으로 바뀌면서 부유충의 호사방탕한 생활상이 초현실적인 만화경처럼 묘사된다. 마약과 술과 디스코텍 그리고 수영장과 병원과 양복점 등이 있는 초호화 지상낙원이다. 이어 인류의 운명을 바꿔놓을 희생이 감행된다. 
촬영과 프로덕션이 훌륭한 반면 컴퓨터 특수효과는 수준 이하. 빈곤층의 정신적 지도자 길리엄(존 허크)과 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한 호화 캐스트의 연기는 무난하다. R. Radius-TWC. CGV(213-388-9000), 선댄스 선셋(323-654-2217).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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