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재결합하려는 사람들
댄(마크 러팔로·왼쪽)과 그레타(키라 나이틀리)가 음반제작에 관해 대화중이다. |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원스’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아일랜드의 존 카니의 작품으로 음악과 깨어진 관계를 재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다룬 아름답고 가슴에 와 닿는 영화다.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깨끗한 영화로 음악의 치유 효과와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러 곡의 발라드풍의 노래가 참 듣기 좋고 편안하다. 이 중 몇 곡은 주연한 키라 나이틀리가 직접 부른다.
로맨스도 있지만 그것은 노골적으로 표현된다기보다 가슴 안에서 맴돌고 있는데 버림받고 헤어진 사람들의 얘기인데도 조금도 냉소적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쾌적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뉴욕 현지촬영도 좋다.
맨해턴의 바에서 최근 영국에서 온 싱어 송라이터인 그레타(나이틀리)가 동향인 스티브(제임스 코든)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손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한데 혼자 박수를 치는 사람이 독불장군식 음반제작자 댄(마크 러팔로).
여기서 영화는 두 차례 과거로 돌아가 그레타와 댄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레타는 영국에서 역시 작곡자인 애인 데이브(애담 르바인)와 함께 뉴욕에 왔는데 데이브가 부른 영화 주제가가 빅히트를 하면서 그레타를 버리고 새 애인에게로 간다.
댄은 음악기자인 아내 미리암(캐서린 키너)과 별거 중으로 10대의 딸 바이올릿(헤일리 스타인펠드)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애를 쓴다. 그는 아직도 미리암을 사랑하고 있다. 댄은 디지털시대 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순수음악을 강조하는 데다 최근 실적이 부진, 자신이 물주인 솔(모스 데프)과 함께 세운 음반사로부터 쫓겨났다.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댄은 히트송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그레타에게 함께 데모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의한다. 이 음반제작 과정이 아주 기발 나고 다채롭고 에너지가 넘친다. 댄은 밴드를 급조한 뒤 스튜디오 안에서의 취입 대신 도시의 골목과 지붕 위 그리고 공원과 지하철 구내에서 음반을 만든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생생한 배경이 음악의 효과를 십분 살려주고 있다.
이런 음악 얘기와 함께 댄과 미리암과 바이올렛과 솔 그리고 그레타와의 인간적 얘기가 충실히 그려지는데 댄과 그레타는 서로에게 깊은 매력을 느끼면서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할리웃 영화 같지 않게 끝이 나는데(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나이틀리와 러팔로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사운드 트랙을 하나씩 사서 들으시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노래는 뉴 래디칼스의 프론트맨 그렉 알렉잰더가 작곡했다.
R. TWC. 랜드마크(310-470-0492),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888-AMC-4FUN).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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