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종업원 아르준(데브 파텔)이 테러리스틀의 동향을 숨어서 살펴보고 있다. |
테러리스트의 인질 총살극… 긴장·공포·참혹
2008년 인도 뭄바이의 오랜 역사를 지닌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타지마할 팰리스호텔에서 일어난 무슬림 극렬분자들의 테러사건을 그린 실화로 긴장감 있게 만들었지만 매우 피상적이다.
호주 감독 앤소니 마라스의 데뷔작으로 세트와 촬영과 일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초조와 불안감 등 그런대로 볼만한 점들이 있긴 하지만 가상한 제작 의도가 제대로 결실을 맺진 못했다.
우선 큰 문제가 작중 중요한 인물들을 여러 사람으로 분산시켜 그 어느 사람에게도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 점이다. 필요 없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부각시켰고 인물들을 너무 2차원적으로 그려 피와 살이 있는 산 사람으로 느껴지질 않는다. 이와 함께 역경을 이긴 인간 승리라는 흔해빠진 주제를 상투적으로 다루고 있어 신선감이 없다. 부유한 호텔 손님들과 호텔 종업원 그리고 테러리스들과 경찰 등 테러와 관계된 사람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얘기가 집중력을 잃고 산만하나 볼만은 하다.
10여명의 젊은 무슬림 극렬테러리스트들이 인파로 북적거리는 뭄바이에 도착해 기차역과 식당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테러를 자행한다. 테러는 실제로는 사흘간 계속됐지만 영화에서는 하루 만에 끝난다. 이어 이들 중 몇 명이 타지마할 호텔을 점령한다.
호텔손님들 중 부각되는 사람들이 갓난 아기를 가진 데이빗(아미 해머)과 그의 무슬림 아내 자라(나자닌 보니아디)와 아기의 보모 샐리(틸다 코브햄-허비) 그리고 러시안 백만장자로 특공대 출신인 바실리(영국배우 제이슨 아이작스). 이들과 함께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남기로 한 호텔의 종업원들이 소개되는데 그들 중 중요한 사람들이 용감한 호텔 수석요리사 헤만트 오베로이(아누팜 커)와 젊은 웨이터 아르준(데브 파텔). 이들 외에도 호주에서 인도로 여행 온 젊은 부부와 호텔 리셉셔니스트 등이 소개된다.
감독은 호텔 곳곳에 갇힌 이들 10여명의 인물들의 상황을 오락가락하면서 보여주는데 오베로이와 특히 아르준을 빼곤 나머지는 지나치게 가볍게 묘사돼 그들의 생사에 별 관심이 가질 않는다. 이들보다는 오히려 이름 없는 테러리스트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진짜 사람들 같다.
영화는 장시간 계속되는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인질 총살로 보는 사람을 공포와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데 매우 사실적이긴 하지만 마치 다음엔 누가 죽나 하고 기다리는 식이어서 내가 사람 죽이는 것을 구경하려고 이 영화를 보고 있나 하는 자괴심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가끔 당시 상황을 찍은 실제 필름을 보여줘 사실감을 부추긴다.
사건 당시 경찰 특공대가 뭄바이로부터 800마일 떨어진 뉴델리에 있어서 구조가 늦어졌다. 호텔 종업원들의 영웅정신을 제법 잘 그리긴 했지만 맹탕 같은 영화로 바실리와 샐리 역은 얘기에 전연 불필요한 인물들이다. 해머의 연기는 뻣뻣하기 짝이 없지만 파텔과 커가 실속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R등급. Bleecker Stree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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