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딩이 심판에게 스케이트에 이상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피겨 스케이팅 '이단아' 하딩의 성장과 파멸 다큐 형식으로 담아
미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인 미 챔피언 피겨 스케이터 토냐 하딩의 라이벌 낸시 케리간에 대한 폭행을 다룬 재미 만점의 드라마이자 블랙 코미디다.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하딩의 불우한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해 그의 스케이팅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에 의한 맹훈련과 첫사랑과 결혼 그리고 챔피언쉽 획득에 이어 케리간에 대한 폭력행사로 인한 불명예 은퇴를 주연과 여러 명의 조연배우들을 동원해 마치 기록영화 찍듯이 만들었다.
배우들이 가끔가다 카메라를 향해 얘기해 기록영화 스타일과 분위기가 더 짙은데 하딩의 불같은 성질과 스케이팅의 유연한 동작을 포착한 카메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화면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주연인 마고 로비의 연기와 함께 조연진의 각기 개성 있는 연기가 볼만한 야하고 싱싱한 영화다.
하딩은 식당 웨이트리스로 골초에 폭력적이요 상소리를 밥 먹듯이 내뱉는 어머니 라보나 고든(앨리슨 재니가 무식한 여자의 연기를 겁나게 해낸다)에 의해 어릴 때부터 스케이팅 링에 선다. 딸의 재능을 안 라보나는 폭군이지만 딸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고생해 번 돈을 아끼지 않고 딸의 훈련비로 쓴다. 하딩의 재능을 발견한 또 다른 사람이 코치 다이앤 롤린슨(줄리앤 니콜슨). 다이앤은 하딩이 자라서도 그의 뒷받침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하딩의 10대 시절과 스케이팅 훈련 그리고 하딩과 날건달 제프 길룰리(세바스찬 스탠)와의 사랑과 결혼으로 꾸며진다. 그런데 제프는 하딩을 사랑하면서도 툭하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아내의 유명세를 마음껏 누린다. 하딩은 불우한 성장과 남자 선택이 서툰 여자로 멸시 받고 두들겨 맞으면서도 의지와 재능으로 이를 극복하고 짧은 영광을 누렸던 어떻게 보면 불쌍한 여자다.
하딩이 유명해진 것은 1991년 미 챔피언쉽 경기에서 공중 3회전을 하면서인데 그 당시로서 이 기록은 미 여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쾌거였다. 하딩은 성질이 고약할 정도로 불같아 심판들이 점수를 박하게 주면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단정하고 발레리나 같은 챔피언을 바라는 피겨스케이팅 세계에서 하딩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그리고 하딩은 올림픽에 출전한다.
라보나와 제프 및 다이앤 외에 중요한 조연은 하딩의 얼빠진 바디 가드 션 에카르트(폴 월터 하우저). 하딩의 라이벌 케리간에 대한 폭행은 1994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했는데 릴리해머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을 위한 연습 때. 하딩과 이혼한 제프가 고용한 스탠트가 케리간의 허벅지를 가격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는데 케리간은 부상이 회복돼 올림픽에 출전, 은메달을 탔고 하딩은 8위에 그쳤다.
하딩은 후에 케리간에 대한 폭력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이유로 피겨 스키이팅계에서 쫓겨났다. 재니의 연기와 함께 볼만한 것은 로비의 연기다. 짙은 화장에 야한 싸구려 스케이팅 의상을 입고 역이 재미있다는 듯이 신이 나서 날뛰다시피 한다. 재니의 연기와 함께 상감이다.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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