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3일 월요일

‘옥자’(Okja)


옥자(왼쪽)와 미자가 돈독한 우정을 즐기고 있다.

수퍼돼지와 소녀의 우정, 탐욕세계의 잔인성 고발


옥자는 한국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크기가 새끼 코끼리만하나 귀엽고 민감한 수퍼 돼지의 이름이다. 재주꾼 봉준호 감독의 온갖 장르를 뒤섞은 이 영화는 동화요 우화이자 대기업(자본주의)의 탐욕과 육식을 탐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잔인성을 비판한 작품으로 봉 감독의 ‘스노피어서’에 이은 미국영화다.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해 29일부터 볼 수 있다.
영화의 톤이 급변하고 얘기가 다소 무질서하나 상냥하고 인정이 있는 매력적인 영화다. 코미디와 공포영화 그리고 사회비평 드라마와 아동영화를 혼합한 영화로 봉 감독의 작가의식이 뚜렷이 엿보이는 독특하고 야심찬 작품이다.
뉴욕의 유전자 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체 미란도의 여사장 루시(틸다 스윈튼이 금발 가발에 이에 브레이스를 하고 액센트를 쓰면서 으스대는 연기를 재미있게 한다)가 수퍼 돼지새끼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루시에게는 라이벌인 쌍둥이 자매 린다(스윈튼)가 있어 회사를 놓고 패권을 겨룬다.
루시는 26마리의 돼지새끼들을 세계 각국에 보내 누가 가장 살찌고 맛 좋은 돼지를 빨리 키울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산골에서 할아버지(변희봉)와 단 둘이 사는 소녀 미자(안서현)와 미자가 정성들여 키운 수퍼 돼지 옥자(컴퓨터 특수효과로 제작된 옥자가 실감난다)가 아름다운 자연(강원도 정선에서 찍었다)을 배경으로 장난치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 모습이 아이와 그의 애완동물이 장난하는 것처럼 정겹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뉴욕에서 동물학자로 TV쇼 호스트인 자니(제이크 질렌할이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한다)가 미자를 찾아와 옥자를 뉴욕으로 데리고 간다고 알려준다. 물론 옥자는 뉴욕에 가면 베이컨으로 가공될 운명이다. 옥자가 트럭에 실려 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제이(폴 데이노)가 리더인 동물해방전선 게릴라들이 트럭을 습격하면서 심한 폭력이 일어난다. 그리고 미자는 옥자를 구하려고 뉴욕으로 온다. 맨해탄에서 옥자와 미자가 참석한 중에 수퍼 돼지축제가 열리는데 이 행사를 제이 일행이 습격하면서 액션과 폭력이 재발한다.
그리고 미자는 도살장에 끌려간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도살장에 잠입하는데 마치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도살장 장면이 끔찍하다. 끝이 평화롭고 곱다. 명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찍은 촬영이 알록달록하니 아름답고 안서현이 다부지고 야무지면서도 침착하게 연기를 잘 한다. 정재일의 음악도 좋다. IPIC(윌셔+웨스트우드), 모니카 필름센터(샌타모니카) 상영중,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7/2~8일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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