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왼쪽)와 쿠마일이 소파에 누워 다정한 때를 보내고 있다. |
이민자의 문화충돌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수작
올 해 선댄스 영화제서 극찬을 받아 도대체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그런 평을 받았는지 궁금했는데 보고나니 진짜 잘 만들었다. 재치 있고 경쾌하고 사뿐하며 사실적이고 직선적이면서 가슴에 와 닿는 감동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파키스탄 이민자로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화. 그가 주연하고 그의 미국인 백인 부인인 에밀리 고든과 함께 각본을 썼다. 문화 충돌과 부모와의 갈등 그리고 에밀리의 건강이 엄청난 위기를 맞으면서도 이를 모두 극복하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두 사람의 얘기가 흠 잡을 데 없이 잘 묘사됐다.
두 사람이 겪는 위기를 조금 더 심각하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상냥하고 기분 좋은 영화로 특히 에밀리의 부모로 나오는 레이 로마노와 할리 헌터의 연기가 출중하다. 자녀들의 타인종과의 결혼이 보통사가 된 이민자들인 한국인 부모들을 비롯해 모든 세대가 보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을 것이다.
에밀리는 쿠마일을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만나 둘은 금방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쿠마일은 파키스탄 사람이요 에밀리(조이 카잔)는 백인 미국사람이라는 사실. 쿠마일은 아직 성공한 코미디언이 못 돼 우버 운전사로 밥벌이를 한다.
물론 쿠마일의 보수 전통적인 부모는 아들이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쿠마일에게 어서 장가가라면서 계속해 파키스탄 처녀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선을 보게 한다. 그러나 쿠마일은 속으로 난 절대로 중매결혼을 안 한다고 작심한 청년이다.
쿠마일은 보수적인 부모 때문에 자기가 에밀리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이런 사실을 알렸다간 가족에서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밀리가 원인 모를 중병에 걸리면서 그에 대한 대책과 충격으로 청년 쿠마일은 본격적인 어른 쿠마일로 성장하게 된다.
쿠마일이 병원에서 에밀리를 돌보면서 비로소 에밀리의 부모 테리(로마노)와 베스(헌터)를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물론 처음에 쿠마일을 냉랭하게 대한다. 그러나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이들은 쿠마일이 자기들의 딸을 극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는다. 그리고 성깔 있는 베스는 완전히 쿠마일의 편이 돼 반 무슬림 데모를 하는 사람들에게 고함을 지르면서 맞서기까지 한다.
이제 쿠마일은 자기 부모에게 에밀리의 정체를 밝히고 한판 겨룰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물론 영화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정적이요 따스하게 해피엔딩! 쿠마일과 카잔(감독 엘리아 카잔의 손녀로 생김새와 연기가 다 귀엽다) 그리고 로마노와 헌터가 모두 연기를 기차게 자연스럽게 잘 하는데 특히 헌터가 앙칼지면서도 속으로는 인정 있는 어머니의 연기를 눈부시게 한다. 상감이다. 마이클 쇼월터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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