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6월 5일 월요일

베를린 신드롬(Berlin Syndrome)


안디(오른쪽)가 자기의 포로인 클레어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

납치된 여성과 가둔 자의 심리대결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여자를 수집하는 사이코의 아름답게 충격적인 드라마 ‘콜렉터’를 연상시키는 심리 스릴러이자 공포영화로 가둔 자와 갇힌 자의 육체적 심리적 폭력과 상처 그리고 심리전을 재치 있게 그린 작품이다. 
호주의 여류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기민하고 질서 정연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긴장감 감도는 영화로 시종일관 협소한 공간에서 얘기가 진행돼 심신으로 느끼는 서스펜스의 강도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감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피랍자의 심리상태를 애매모호하게 설정해 과연 이 사람이 베를린판 스톡홀름 신드롬의 희생자가 된 것이나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호주서 배낭 하나 등에 지고 베를린으로 휴가 겸 구 동독 건물들의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사 클레어(테레사 팔머)는 길에서 만난 핸섬하고 상냥한 영어선생 안디(막스 리멜트)에게 호감을 갖는다. 
여행자의 방탕기와 자유가 발동해 클레어는 첫 대면 후 다시 안디를 찾아 간다. 둘은 정례적인 데이트 과정을 거쳐 안디의 아파트로 들어간다. 안디는 폐건물과도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혼자 사는데 여기서 그와 클레어는 격렬한 섹스를 치른다. 
이튿날 클레어가 잠에서 깨어나니 안디는 출근했는데 아파트에서 나가려고 해도 문과 창문이 모두 굳게 잠겨 있다. 안디가 돌아오자 클레어가 따지니 안디는 키를 두고 나간 줄 알았다고 둘러댄다.
다시 이튿날이 되어도 문이 잠겨있자 그제야 클레어는 자기가 안디의 포로가 된 것을 안다. 그리고 안디도 본격적으로 납치자의 근성을 드러내 냉혹하고 폭력적이 되면서 클레어의 악몽이 시작된다. 그런데 안디는 아버지와 자기를 버린 어머니에 대해 증오하고 있다. 마더 신드롬이다. 
안디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탈출하려던 것이 실패하면서 클레어는 자신의 감금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평화작전을 쓰기도 하고 또 안디에게 아양을 떨면서 섹스작전마저 사용한다. 과연 클레어는 정말로 안디에게 정을 느끼는 것일까 또는 연극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클레어는 이 두 개의 마음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이론적으로 너무 비약하는 점이 있긴 하나 팔머의 가라앉은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다 좋은 즐길만한 영화다. R등급.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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