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타는 아내 교코와 아들 신고와의 재결합을 시도한다. |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하고 가슴 아픈 가족영화
‘스틸 워킹’(Still Walking)과 ‘부전자전’ 및 ‘우리들의 막내 여동생’ 등과 같은 영화에서 가족의 얘기를 담담하고 소박하면서도 가슴에 사무치도록 진실하게 그린 일본의 코레-에다 히로카주 감독의 또 하나의 아름답고 가슴 싸하니 아픈 가족영화다.
대사와 연기 위주의 영화로 달곰씁쓸한 인간 코미디인데 부드럽고 상냥하며 단순하고 솔직하다.
서서히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매력적인 영화로 세상사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얘기를 연민과 통찰력으로써 다정다감하게 그렸다.
아무렇게나 옷을 입었으나 키가 크고 잘 생긴 료타(아베 히로시)는 아름다운 부인 교코(마키 유코)와 이혼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와 12세난 아들 신고(요시자와 타이요)와 재결합을 하려고 애 쓴다.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이 무표정하게 매서운 소리 잘 하는 작은 투 베드룸 아파트에 사는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키키 킬린). 료타에겐 누나가 있는데 아버지는 막 별세했다.
료타는 과거 상을 탄 소설작가이나 그 뒤로 15년간 글을 못 쓰고 지금은 소설을 위한 자료 수집을 한다는 명분하에 젊은 동료를 데리고 다니는 사설탐정소의 직원이다. 료타와 교코의 이혼 이유가 분명히 밝혀지진 않으나 료타는 철이 덜 든 몽상가인 반면 교코는 현실적인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료타가 서푼짜리 도박꾼이라는 점도 이혼 사유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교코는 료타를 만날 때마다 아들 양육비를 조른다.
료타는 외도하는 기혼남녀들의 사진을 찍어 받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자전거 경마장에서 날리거나 빠찡꼬장에서 탕진한다. 그리고 아들에게까지 복권의 재미를 전파한다.
오매불망 교코를 못 잊는 료타는 아내 뒤를 정탐하다가 아내가 돈 많은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목격하고 대경실색한다. 그리고 어느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 밤 료타는 어머니의 응원을 받아 가면서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아내와의 재결합을 시도한다.
태풍이 끝나고 영화는 이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끝나는데 결말이 아주 사실적이다. 료타가 사람이 좋아 어떻게 해서든지 그가 교코와 재결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글쎄 세상일이란 그렇게 바라는 대로만 되지는 않으니까.
부드러운 코미디와 우수가 배인 현실을 균형 있게 묘사한 내 이웃의 얘기 같은 영화로 연기들이 뛰어나다. 모두 지극히 사실적이요 빈 틈 없이 완벽하고 절묘한데 특히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가차 없이 깎아 내리는 소리를 해대는 킬린의 연기가 볼만하다.
성인용. Royal 등 일부 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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