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아오 로드리게스 신부(왼쪽)가 숨어서 예배보는 일본인 신도와 작별을 하고있다. |
일본서 종교적 폭력과 박해를 받는 두 명의 예수회신부
가난과 핍박에 시달리는 기독교 신자들과 투옥돼 처형을 기다리는 예수회신부가 구원과 안내를 찾아 부르짖는 소리에 대해 신이여 당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이 같은 물음은 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를 감독한 마틴 스코르세지 개인의 물음이다.
보면서 162분 상영시간 내내 고행의 길을 걷는 인고와 참담함 그리고 고통과 쓰라림을 겪게 되는 믿음과 회의의 영화로 마지막에 가서 그 동안 기다렸던 구원을 받는 희열에 빠지게 된다. 인내심이 크게 필요한 영화다.
주인공의 행적이 예수의 그것을 많이 닮은 이 묵직한 주제를 가진 ‘종교영화’는 스코르세지가 26년간을 만들려고 벼르다 완성한 것으로 그의 신에 대한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계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때 신부가 되려고 했으나 신앙이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 포기했다.
그 후 그는 평생을 신에 대한 믿음과 회의간의 갈등 그리고 자책감을 안고 살았는데 이 영화는 그의 신을 향한 구원과 속죄의 부르짖음이라고 하겠다. 영화를 보면 그의 이런 의도가 절실히 느껴진다. 스코르세지의 또 다른 종교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도 어떻게 보면 그가 신에게 바친 번제와도 같다.
슈사쿠 엔도의 소설이 원작. 1643년. 포르투갈의 두 젊은 예수회신부 세바스티아오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프란시스코 가루페(애담 드라이버)는 자신들이 존경하는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신부(리암 니슨)가 일본에서 종교 탄압에 못 견뎌 신을 부인하고 일본인으로 살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려고 일본으로 간다.
일본(대만서 촬영) 해변에 도착한 둘은 숨어서 예배를 보는 일단의 일본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합류한다. 여기서 둘은 일본인 통역사(타다노부 아사노)를 통해 일본의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신자들의 상황 등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신자들과 함께 기아와 추위에 시달리면서 신도들에게 믿음을 전파한다. 이어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서로 헤어진다.
이와 함께 기독교인들에 대한 마을 관리들의 가혹한 고문과 처형이 묘사되는데(해안에 세운 십자가에 신자들을 매단 뒤 밀물에 잠기게 해 죽인다) 이런 육체적 고통보다 더 보기 힘든 것은 신도들에게 신을 부인하라면서 예수의 모습이 새겨진 동판을 발로 밟게 하는 장면.
페레이라를 찾아 가던 로드리게스는 어촌의 기독교신자들을 만나 그들과 생활하는데 배신을 당해 체포돼 투옥된다. 로드리게스는 장기간의 옥고를 치르면서 마을 군수 이노우에(이세이 오카타가 간교하고 코믹한 연기를 잘 한다)로부터 신을 부인하라는 종용을 받는다. 그리고 페레이라가 나타나 로드리게스에게 역시 신을 부인하라고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로드리게스는 믿음과 회의와의 갈등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전반부는 다소 내용이 단조롭고 인물들의 묘사도 부족하나 후반 들어 영육으로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된다. 연기 촬영 및 음악도 좋다. R. Paramount.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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