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가 TV 방영을 위해 백악관안내를 하고 있다. |
케네디 암살 후 아내 재키가 겪은 일을 재구성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케네디 측근들의 모습 상황을 다큐드라마 식으로 다룬 지적이요 맑은 정신의 흥미 있는 작품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눈으로 본 케네디의 죽음과 그 직후의 후유증을 다뤘다. 복잡한 구조를 갖춘 일종의 에세이 스타일의 영화로 시각 스타일이 특이하고 우아한데 너무 지적이요 고급이어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지적 접근으로 재키의 감정과 마음을 비롯해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칠레감독 파블로 라레인은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재키라는 전설적 여자를 인간화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매서추세츠주 하이아니스포트 저택에서 기자(빌리 크러덥)가 재키(나탈리 포트만)를 인터뷰 하면서 시작된다. 슬픔과 분노에 찬 재키는 인터뷰의 주도권을 잡는데 이어 장면은 유명한 재키의 백악관 내 가이드 TV촬영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침 떠는 재키가 가는 음성으로 현대판 ‘캐멜롯’을 소개하는 모습이 곱다.
영화는 에피소드 식으로 마치 직소퍼즐 푸는듯한 구조를 지녔다. 달라스에서의 케네디 암살 직전과 직후의 긴박한 상황, 기내에서의 린든 존슨 부통령(존 캐롤 린치)의 대통령 취임 선서,케네디의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재키와 가톨릭신부(존 허트)간의 오가는 재키의 결혼과 삶과 그것들의 의미 그리고 재키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 등이 묘사된다.
나오는 인물들로는 케네디 대통령(캐스파 필립슨), 재키의 비서이자 친구인 낸시 터커맨(그레타 거윅) 그리고 바비 케네디 법무장관(피터 사스가드).
‘캐멜롯’의 안 주인에서 갑자가 미망인이 되면서 영광과 꿈과 권력을 한꺼번에 잃은 재키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분노와 슬픔을 가슴이 아프도록 절실하게 다루면서 전설의 파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이 같은 전설의 실상과 내막을 냉철하게 해부하고 있다. 영화에선 케네디가 좋아하던 뮤지컬 ‘캐멜롯’의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와 함께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깊은 향수에 젖게 된다.
훌륭한 것은 포트만의 고상하고 품위 있으면서 절제된 연기. 매우 차분하면서도 빈 틈 없는 알찬 연기인데 이미 ‘흑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그가 재키 역으로 다시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포트만은 뤽 브송 감독의 갱영화 ‘프로페셔날’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R.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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