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룰즈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


예비스타 말라가 휴즈의 호출을 받고 그의 호텔방에 서 있다.

기인으로 소문난 하워드 휴즈 얘기 영화로 만들어


이 멋없는 제목을 가진 영화는 할리웃의 총아에서 기인이 된 워렌 베이티(79)가 미 역사의 또 다른 기인 하워드 휴즈를 기려 감독(각본 겸)한 것으로 향수 짙은 심각한 로맨틱 코미디다. 장르 구별이 쉽지 않듯이 영화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또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 갈팡질팡 하고 있다. 간혹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제작자요 감독이요 배우인 베이티는 지난 1970년대부터 휴즈 얘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구상해 오다 이제야 실행에 옮겼다(그의 마지막 영화는 2001년에 만든 졸작 ‘타운 앤 컨트리’.) 베이티는 휴즈와 함께 두 젊은 남녀 주인공을 내세우긴 했으나 그 어느 연령층에도 어필 할 것 같 지 않은 톤이 고르지 못한 작품이다.
1958년 할리웃. 휴즈영화사에 고용된 신앙심 돈독한 젊고 예쁜 말라 메이브리(릴리 칼린스-가수 폴 칼린스의 딸)가 어머니 루시(베이티의 아내 아넷 베닝)와 함께 이 곳에 도착, 할리웃보울 뒤 언덕 위에 있는 휴즈가 제공한 저택에 머문다. 그런데 말라 외에도 25명의 젊은 여자들이 스타의 꿈을 품고 휴즈와 계약하고 왔다.
말라의 운전사는 잘 생기고 젊음이 넘치는 프랭크 포브스(알덴 에렌라익). 두 순진하고 젊은 남녀는 서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나 휴즈가 운전사와 예비스타와의 관계를 금지,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스크린 테스트는 없고 대신 말라와 프랭크의 로맨스가 서서히 무르익는다.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쯤 지나서야 휴즈(베이티)가 나타나는데 등장한 뒤에도 어둠 속에 얼굴을 가리면서 흉물스럽게 군다. 그리고 휴즈의 온갖 기행들이 자질구레하니 묘시된다. 마침내 ‘숫처녀 침례교인’ 말라가 베벌리힐즈호텔의 휴즈의 방에 호출된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술을 마신 말라가 취해 휴즈에게 성적으로 도전한다.
휴즈가 주인공인지 아니면 말라와 프랭크가 주인공인지 애매모호한데 휴즈가 정면으로 등장하면서 얘기의 핵심을 이루던 말라와 프랭크가 뒷전으로 물러난다. 말라와 프랭크의 인물개발도 미적지근하고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영화다. 알렉 볼드윈, 매튜 브로데릭, 마틴 쉰 공연. 촬영과 옛 할리웃을 재생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등은 좋다. 영화에서 로맨틱한 분위기 고취용으로 말러의 제5번 교향곡의 아다지에토가 흐르는데 너무 자주 쓴다. PG-13. Fox.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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