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엘르(Elle)


미셸은 겁탈을 당하고도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강간범 기다리는 섹시하고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


변태적이요 폭력적이며 세이도매조키스틱한 섹스영화로 얄궂은 성적 흥분감과 쾌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다크 코미디요 스릴러이자 여성 파워의 승전가다. ‘여자의 영화’인 ‘원초적 본능’과 ‘쇼걸즈’를 만든 네덜란드의 폴 베어호벤의 첫 프랑스어 영화로 대담무쌍한 연기파 이자벨 위페르가 기차게 섹시하고 용감한 연기를 보여준다.             
성적 공격의 피해자가 제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의연하고 교활하게 이에 대처하면서 오히려 승자가 되는 스타일 멋진 음탕한 영화로 어둡고 폭력적인데도 사뿐하고 고약한 유머를 갖춰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다. 
파리 교외의 대저택에서 사는 50대의 비디오게임 회사 사장으로 이혼녀인 미셸(위페르)이 집에서 대낮에 복면을 한 남자에게 폭력적인 겁탈을 당한다. 미셸은 공포와 고통에 질려 비명을 내지르는데 과연 이 비명은 반드시 공포와 고통때문 만일까 아니면 쾌감에 내지르는 것일까. 사건 후에도 미셸은 큰 집의 자물쇠만 바꾼 뒤 혼자서 산다. 미셸은 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강간범을 다시 기다리는 것일까.  
이어 미셸은 같은 범인에게 겁탈을 또 당한다. 미셸은 그러나 이에 공포와 분노 그리고 성적 흥분을 동시에 느끼면서 결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서서히 자기 주변의 남자들을 자신의 희롱의 제물로 삼는다. 
이들은 이웃집의 멋쟁이 유부남 파트릭(로랑 라피트), 유순한 전 남편 리샤르(샤를르 베를링), 미셸의 파트타임 애인으로 미셸의 친구이자 회사 파트너인 안나(안 콩시니)의 남편 로베르(크리스티앙 베르켈) 및 임신한 독설가 애인 조지(알리스 이삭)를 둔 20대의 자기 아들 뱅상(조나스 블로케). 이 중 어느 한 명이 강간범일까.
여성의 본성과 섹스가 가진 막강한 힘을 자학적인 방법으로 발휘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중년의 삶의 위기와 성적으로 갈급한 여자의 도도한 심적 육체적 태도를 위페르가 위엄 있고 강인하게 표현한다. 기차게 의기양양하고 약은 연기로 별 표정도 없이 해내는 그의 연기는 가히 상감이다. 
위페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로 ‘피아노 선생’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연기를 했었다. 브라바! 으스스한 음악과 따스한 색깔의 촬영도 좋다. 
R. Sony Classics.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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