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엑스 마시나 (Ex Machina)


케일렙과 AI 여인 에이바 및 에이바의 창조자 네이산(왼쪽부터)은 두뇌싸움을 벌인다.

미모의 여성로봇과 두 남자의 두뇌싸움


냉정하고 지적이며 긴장감 감도는 스타일 멋있는 인공지능(AI)에 관한 공상과학 영화로 달랑 세 명의 인물(그 중 하나는 로봇)이 단 하나의 세트인 집에서 일종의 두뇌싸움을 벌이는 드라마로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상과학 실내악곡이라고 하겠다.
영국의 각본가 알렉스 갈랜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 솜씨가 주도면밀하고 자신만만한데 글 솜씨가 고도로 사고적이며 영특하다. 서서히 보는 사람을 극중으로 유인하고 있는데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얘기가 누가 누구를 가지고 노는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워 노심초사케 만든다.
군더더기란 하나도 없는 이 영화는 일종의 프랑켄스타인의 얘기이기도 한데 인간이 신의 노릇을 하려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AI는 고도로 발달돼 호텔 종업원 노릇도 하고 의사의 수술도 돕는 세상이 됐는데 AI가 자기를 창조한 인간을 역습하는 것은 이미 ‘2001: 우주 오디세이’에서 ‘핼'(HAL)이 한 바 있다. 결코 꿈만 같은 일이 아니다.
구글 스타일의 컴퓨터회사의 너드형 프로그래머 케일렙(아일랜드 배우 돔날 글리슨)은 회사의 로토에 당첨돼 1주일간 산수경관이 아찔하게 아름다운 첩첩산중에 있는 회사 회장 네이산(오스카 아이작)의 별장에서의 휴가를 부상으로 받는다.
회장의 집은 지하에 있는데 유리창 없는 방과 복도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것이 지극히 차갑도록 검소하고 초현대적이다. 네이산은 권투연습을 하다가 케일렙을 반갑게 맞는다. 다부진 체구의 네이산과 약골형인 케일렙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케일렙은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네이산에 의해 선택된 것. 이유는 네이산이 만든 인공지능을 지닌 여자 로봇 에이바(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가 곱다)가 감정적으로 또 지적으로 인간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를 시험하는데 케일렙을 보조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들 세 사람(?) 외에 이 집에 있는 사람(?)은 일본인 하녀 교코.
케일렙은 이에 따라 매일 같이 얼굴과 손과 발만 인체를 지녔고 나머지는 금속인 에이바를 인터뷰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지능을 지닌 에이바는 은근히 케일렙을 유혹하고 또 네이산을 절대로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케일렙은 아름다운 에이바를 사랑하게 된다. 둘의 인터뷰는 네이산에 의해 녹화된다.
케일렙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몰라 당황하면서 네이산의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에이바의 편에 서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사랑하는 여인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영화 3막에 들어가면서 내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허무할 정도로 가공스럽게 맺음을 한다.
활화산 같은 아이작의 연기와 가녀린 버들가지 같은 비칸더의 모습과 조용하고 섬세한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글리슨은 역에 잘 어울리질 않는다. 촬영과 음악과 세트가 모두 훌륭한 영화로 ‘스테포드의 부인들’을 연상케 한다. R. A24.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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