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사울의 아들(Son of Saul)


사울이 마스크를 한 채 유대인들의 사체를 치우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아우슈비츠’배경


보면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사실적이요 처참하고 끔찍하며 또 강력한 헝가리 영화로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의 개스처형실 안에 갇힌 공포와 절망과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데 상영시간의 상당 부분을 개스처형된 유대인들의 벌거벗은 사체를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의 느낌이 모두 마비가 된다. 이것은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얘기도 될 수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고 생각할 수 없게 하는 부작용 구실을 한다. 과도하다. 
음악이 없는 영화로 음악 대신 비명과 총성과 구령 그리고 개스실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살려 달라”며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 음향효과가 절실한데 얘기는 간단한 반면 이런 음향효과와 시각적 강렬성이 거의 기록영화도 같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영화로 데뷔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그는 각본도 공동으로 썼다)의 연출력이 확고하고 자신만만한데 영화 내내 질식할 것처럼 짓누르던 긴장감과 강렬성이 끝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끝에 가서 김이 빠진다. 그러나 연기를 비롯해 대단한 작품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정반대로 갈릴 것이다. 
사울(헝가리 시인 게자 로릭)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존더코만더. 존더코만더는 나치를 위해 사체운반 등 잡일을 하는 유대인들로 이들은 처형이 연기된 사람들이다. 사울이 하는 일은 개스실에 들어간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 그는 개스실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그 모습이 완전히 산송장 같다. 
그런데 사울이 어느 날 자기 아들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소년의 사체를 목격하면서 그는 자기 아들(사울의 아들인지 밝혀지지 않는다)에게 유대교 의식에 따른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아들의 사체를 숨긴 뒤 수용소 내에서 율법사를 찾아다닌다. 
지금까지 좀비 같던 사울은 이런 사명의식 때문에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강렬한 인간으로 변신한다. 사울의 이런 집념은 그가 유물을 정리한 죽은 자들에 대한 속죄행위와도 같다. 사울의 이런 행적과 함께 유대인들의 탈출 모의와 폭동 등이 곁가지로 얘기된다.    
영화는 내용이나 카메라가 거의 모두 사울에게만 집중돼 있어 관객은 다른 많은 일들은 음향효과를 통한 상상으로 감지하게 만들었다. 무표정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로릭의 얼굴연기가 훌륭하다. 최근 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선정된 이 영화는 2015년도 헝가리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작으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상을 모두 탈 가능성이 크다. 
성인용. Sony Classics.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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