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물 먹은 자니 뎁




자니 뎁이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로부터 큰 물을 먹었다. 10일 발표된 각 부문 골든글로브상 후보 중 실화인 ‘블랙 매스’(Black Mass·사진)에서 보스턴의 악명 높은 갱 와이티 벌저로 나와 호연, 주연배우(드라마) 후보로 오를 것이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지던 뎁이 후보에서 탈락된 것은 이번 발표에서 일어난 경악할 만한 변괴다. 나는 그에게 표를 찍었는데 뎁은 HFPA의 총아로 그동안 총 10번이나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이번 탈락은 뎁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HFPA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와 함께 인디 영화도 여러 부문에서 수상후보로 골랐는데 1950년대 미 부유층 가정주부와 젊은 백화점 여직원 간의 동성애를 그린 ‘캐롤’(Carol)이 작품, 감독 및 주연여우 등 총 5개 부문에서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품이 됐고 이어 2008년 미 주택가격의 붕괴를 다룬 ‘빅 쇼트’(The Big Short·뮤지컬/코미디)와 지난해에 ‘버드맨’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탄 멕시코 태생의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가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살벌한 생존과 복수의 웨스턴 ‘레버난트’(The Revenant·드라마)와 애플컴퓨터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삶을 다룬 드라마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각기 작품상 등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디카프리오는 그동안 모두 4차례나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르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는데 이번에 ‘레버난트’로 골든글로브 상에 이어 마침내 오스카 주연상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성 탐사를 갔다가 팀과 떨어져 달랑 혼자 남게 된 우주인의 생존투쟁을 그린 드라마 ‘마션’(The Martian)이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까닭은 이 영화의 배급사인 폭스가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로 오른 자사 작품 ‘레버난트’와의 경쟁을 피해가기 위해서 뮤지컬/코미디로 밀었기 때문이다.   
각기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로 오른 ‘스팟라이트’(Spotlight)와 ‘빅 쇼트’는 모두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 그런데 ‘빅 쇼트’의 크리스천 베일과 스티브 커렐은 각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반면 보스턴 가톨릭교구 내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의 드라마 ‘스팟라이트’의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는 다 탈락됐다. 러팔로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Infinitely Polar Bear)로 주연상(뮤지컬/코미디)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빅 쇼트’처럼 한 작품으로 두 배우가 주연상을 놓고 경쟁하는 또 다른 영화가 ‘캐롤’. 오스카상을 이미 탄 베테런 케이트 블랜쳇과 떠오르는 신예 루니 마라가 겨루게 됐는데 둘이 다투는 바람에 다른 배우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 태생의 떠오르는 연기파 알리시아 비칸더는 실제로 의학 사상 최초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덴마크의 화가 릴리 엘베의 아내 화가로 나온 ‘덴마크 여자’(The Danish Girl)로는 주연상(드라마) 후보 그리고 공상과학 스릴러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서는 인간화한 인조인간으로 나와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기상 후보에 오른 베테런 중 먼저 눈에 띄는 배우가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스탤론은 권투영화 ‘크리드’(Creed)에서 록키 발보아로 나와 왕년의 자기 라이벌의 아들의 권투코치 노릇을 하는데 이는 그가 39년 전 ‘록키’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다시 오르는 쾌거다. 그리고 8순의 음악가와 그의 영화감독 친구의 삶에 대한 성찰을 그린 ‘청춘’(Youth)에서 화장을 짙게 하고 상소리를 마구 내뱉는 여배우 역으로 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인 폰다도 30년만에 처음으로 후보명단에 올랐다. 
또 다른 베테런은 ‘대니 칼린스’(Danny Collins)에서 한물 간 가수로 나온 알 파치노(뮤지컬/코미디). 파치노는 HFPA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 그동안 모두 17번 연기상 후보에 올라 4번 상을 탔고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도 받았다. 그리고 릴리 탐린(할머니)과 매기 스미스(밴 속의 여자)도 노련한 연기파들이다. 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피범벅 웨스턴 ‘헤이트풀 에잇’(The Hateful Eight)으로 음악상 후보에 오른 엔니오 모리코는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음악을 작곡한 베테런이다.       
한편 한국영화는 이번에도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탈락됐다. 한국은 송강호와 유아인이 공연한 사도세자의 얘기인 ‘사도’(The Throne)를 출품했었다.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좋은 공룡’(The Good Dinosaur)의 감독이 한국인 피터 손이라는 점과 조수미가 부르는 ‘청춘’의 노래 ‘심플 송 #3’(Somple Song #3)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점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