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완(왼쪽)이 웬디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고 있다. |
“운전은 인생살이와 다를 바 없다우”
두 베테런 배우 벤 킹슬리와 패트리샤 클락슨이 보기 좋은 균형을 이루고는 있지만 이 영화는 운전교습은 인생수업이라는 구태의연한 소리를 하는 말캉한 작품이다. 맨해턴의 문학 평론가인 개인주의에 물든 백인 여자와 그녀의 인도계 미국인 운전선생 간의 문화의 차이를 넘어선 관계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교차를 다룬 영화로 두 배우의 상호교류가 보기엔 좋으나 영화 자체로선 타작에 지나지 않는다.
제시카 탠디와 모간 프리만이 나온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생각나게 하는데 깊이나 예술적 면에서 옛 영화가 월등히 낫다. 두 배우를 제외하곤 내용이나 외모가 다 매우 싱거워 간을 좀 쳐야 할 영화로 경쾌하질 못하고 발걸음이 무겁고 또 감정적이라기보다 감상적이다. 그러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맨해턴에 사는 문학평론가 웬디(클락슨)는 느닷없이 21년간 살던 남편 테드(제이크 웨버)로 부터 버림을 받는다. 둘의 말다툼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정치망명한 시크교도 다완(킹슬리)이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일어난다.
운전을 못하는 웬디가 운전을 배우기로 한 까닭은 버몬트에 사는 딸 타샤(그레이스 거머-메릴 스트립의 딸)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부업으로 운전을 가르치는 다완을 부른다. 다완은 원리 원칙적이지만 민감하고 인내심이 있는 사람. 여기서부터 머리에 터번을 쓴 시크교도로서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종차별과 여러 가지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삶에 대해 철학적 관념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와 철저한 개인주의적인 백인 여자 간에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된다.
그리고 다완은 운전은 인생살이와 같다는 것을 웬디에게 주지시키면서 참을성 있게 그녀를 지도한다. 둘이 이렇게 함께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삶과 사랑에 관해 주고받으면서 둘간에 감지하기 힘든 감정이 발생한다.
그러나 다완은 인도에서 온 자슬린(사리타 추두리)과 중매결혼을 한다. 이에 웬디는 어떻게 해서 얼굴 한 번 본 여자와 결혼을 할 수가 있느냐고 의아해 한다. 이에 다완은 연애결혼 끝에 망가진 웬디의 현실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다완의 엄하나 자상한 지도 끝에 웬디는 운전시험에 합격한다. 그리고 이 교습으로 인해 삶을 다시 추스르게 된다.
다소 경직된 킹슬리보다는 우아하게 아름다운 클락슨의 연기가 빛난다. 그런데 다완에 대한 묘사가 모범적인 소수계를 너무 판에 박은 듯해 보기에 오히려 민망하다. 이자벨 코이셋 감독. 성인용. Broad Green.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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