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사운드 오브 뮤직’50주년



앞치마를 두른 단발의 마리아가 눈이 삼림욕을 하듯 시원해지는 알프스가 바라다 보이는 산언덕에 올라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몸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더 힐 이즈 얼라이브 위드 더 사운드 오브 뮤직” 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1965·사진)이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마리아 역의 줄리 앤드루스(79)는 공중에서 이 장면을 찍는 헬기 프로펠러의 바람에 여러 번 땅바닥에 쓸어져 입과 코에 흙과 풀이 들어가는 고초를 겪었어야 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사인 폭스는 영화의 개봉 50주년을 맞아 영화 특별판 DVD와 사운드트랙을 출반하고 기념책자 발간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연중 열리는데 오는 9월부터 LA를 시작으로 무대 뮤지컬의 순회공연도 시작된다. 또 19일과 22일 이틀간 미 전국 500여개 극장에서는 이 영화를 재개봉한다.
‘오클라호마!’ ‘회전목마’ ‘왕과 나’ ‘남태평양’과 같은 걸작 뮤지컬을 만든 콤비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II이 작곡하고 작사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5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토니상을 탄 무대 뮤지컬이 원작으로(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한 명장 로버트 와이즈가 감독했다.
개봉이 되자 빅히트, 작품상 등 모두 5개의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인플레를 감안할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스타워즈’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다.
내용이 다소 달짝지근하긴 하나 이 영화는 세월과 세대를 너머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온 가족용 올타임 페이보릿 뮤지컬이다. 앤드루스는 이에 대해 “곱고 감미로운 음악과 수려한 풍광 그리고 가족애와 로맨스 및 모험 등이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무대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나는 지난 2006년 아내와 함께 이 그림엽서와도 같은 도시를 방문, 영화에서 마리아와 그가 돌보는 홀아비 캡틴 본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의 7남매가 함께 즐겁게 뛰놀며 ‘도 레 미’를 부르던 미라벨 공원을 구경했었다. 영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었다.  
실화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의 시대배경은 1930년대 말. 인생을 즐겁게 사는 예비수녀 마리아가 16세난 맏딸 리슬(리슬은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하고 노래한다)에서부터 꼬마 막내까지 7남매를 혼자 키우는 냉정하고 독재적인 캡틴 본 트랩 집에 보모 겸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마리아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든 아이들에게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차가운 캡틴 본 트랩의 가슴도 녹여 그와 결혼해 모두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대한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황홀무아 지경에 빠져 본 영화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모닝 힘’ ‘마리아’ ‘알렐루야’ ‘도 레 미’ ‘마이 페이보릿 딩즈’ ‘클라임 에브리 마운튼’ 및 ‘에델바이스’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이어 나온다. ‘에델바이스’하면 내겐 못 잊을 추억이 있다.
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천의 남중고에 부임,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다. 꼬마들에게 공부시간에 교과서 외에도 음악과 영화와 책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었다. 그 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노래가 ‘에델바이스’다.
칠판에 영어로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라고 가사를 적은 뒤 내 선창에 따라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가라고 노래를 불렀었다. 이 노래는 가사와 곡조가 곱고 부르기도 쉬워 난 요즘도 가끔 이 노래를 혼자 부르곤 한다.
앤드루스가 영화에 나왔을 때는 나이가 채 30이 안 됐을 때로 마리아는 사람 좋고 성격이 쾌활한 그에게 딱 맞는 역이다. 그래서 앤드루스 하면 금방 떠오르는 모습이 마리아의 모습이다. 마리아는 겉으로는 양순해 보이나 속은 독립심 강한 여자로 시대를 앞서 가는 신여성이었다. 고루하기 짝이 없는 귀족 캡틴 본 트랩도 결국 마리아의 이런 개혁정신에 굴복하고 만다.
소프라노 음성이 고운 앤드루스는 안타깝게도 1990년대 성대수술을 잘못 받아 더 이상 노래는 못 부른다. 그러나 몇 년 전 기자회견서 만난 앤드루스의 음성은 비교적 맑았다. 영화 ‘공주일기’와 ‘슈렉’(음성 연기) ‘투스 페어리’ 등에 나오면서 쉬지 않고 활동을 하는 그녀는 요즘 딸과 함께 아동서적을 여러 권 써내고 있다.
올 오스카 시상식 때 레이디 가가가 앤드루스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부른 노래들을 메들리로 불러 무대에 나와 긴 기립박수를 받은 앤드루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다. 그런데 앤드루스와는 달리 플러머(85)는 자기 역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사운드 오브 뮤커스’(콧물)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편 마리아와 캡틴 본 트랩의 역에 각기 도리스 데이와 007 션 코너리가 고려됐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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