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나누는 전화통화 `스릴 만점'
로크가 운전을 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대단한 원맨쇼다. 지극히 검소한 영국산 미니멀리스트 영화로 건축 수퍼바이저인 아이반 로크가 밤에(완전히 차 안에서 찍은 촬영이 훌륭하다) BMW를 운전하고 85분간 영국의 버밍엄에서부터 런던까지 가면서 차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가족을 비롯해 이 사람 저 사람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숨 막힐 정도로 서스펜스가 가득하다.
내용은 물론이요 기술적으로도 대담하고 혁신적인 영화로 로크로 나오는 탐 하디의 목소리와 얼굴표정 연기가 압도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목소리 높이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하디의 기민성과 능력이 가상하다.
과실과 책임 그리고 상실과 얻음의 영화인데 로크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그가 차를 타고 가면서 전화 통화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하나씩 밝혀진다. 하디의 연기와 함께 또 하나 칭찬 받을 만한 것은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음성연기. 사실감 있다.
우선 첫 문제는 로크는 내일 새벽에 고층건물 건축의 토대용 콘크리트를 붓는 일을 감독해야 하는 데도 만부득이한 일 때문에 현장을 떠났다. 공사문제로 로크는 자기 보스(벤 대니얼스)와 조수(앤드루 스캇)는 물론이요 수십대의 콘크리트 적재 트럭의 원활한 교통을 위해 교통 통제관과도 대화를 나누면서 당면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이어 그는 축구광인 집에 있는 어린 두 아들과 아내 카트리나(루스 윌슨)와 대화를 나눈다. 아들에게는 경기 결과를 물어보면서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자신의 과오를 고백한다.
그의 과오는 지난해에 런던에서 일할 때 현장의 사무직원인 베탄(올리비아 콜만)과 하룻밤을 지냈는데 베탄이 로크의 아이를 임신, 지금 조산하게 돼 병원에 입원했다.
로크는 자신의 책임을 지키기 위해 직장과 가정을 잃을지도 모르는 데도 현장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카트리나에게 용서를 빌랴 징징대며 우는 베탄을 달래느라 바쁘다.
로크가 운전을 하면서 계속해 번갈아 가며 전화를 걸고 또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하는 연기를 일사불란하게 하는데 경탄할 만한 것이다. 꽉 죄어드는 긴장감 가득한 드라마로 연극으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뼈 빼고 기름 빼고 진국만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스티븐 나잇 감독(각본 겸). R. A24.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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