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배달된 도시락 먹고 가까워진 남녀
사잔(이르환 칸)이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 냄새를 맡고 있다. |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두 남녀의 서신교환을 통한 감정의 접근을 상냥하고 우아하며 또 간절하고 정감 가득히 그린 인도영화다. 복작대는 뭄바이의 서민층의 일상을 과장 없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갖게 한다.
매력적인 영화로 인간성이 물씬 풍기는데 무리 없이 또 동정이나 연민하지도 않으면서 도시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과 후회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다루고 있다. 마음에 곱게 와 닿는 영화로 주인공들이 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의 골격은 매일 같이 배달부들에 의해 뭄바이의 각 직장으로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이다. 집에서 주부들이 아침에 마련한 점심이 남편들의 책상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똑 같이 생긴 도시락 용기들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배달되는 것이야 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도시락 용기들은 주인집으로 반환되는데 아뿔싸 그만 이 점심 배달에서 한 사람의 도시락 용기가 바뀌면서 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유머가 있고 음식 솜씨가 좋은 젊은 가정주부 일라(님라트 카우르)는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편(나쿠르 바이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파트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의 코치(음성만 들린다)를 받아 남편의 점심을 정성껏 마련해 자전거 배달부에게 준다.
그런데 일라의 도시락이 어느 날 은퇴를 얼마 안 남긴 관공서의 회계사인 사잔(인도의 베테런 배우 이르환 칸-‘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파이의 인생’)의 책상에 배달된다. 그리고 사잔은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사잔은 상처를 한 뒤 주위와 담을 쌓고 고독하게 살고 있다.
저녁에 도시락이 엉뚱한 사람에게 배달됐다는 것을 깨달은 일라는 다음 날 전연 타인인 사잔에게 자신의 속상하는 상황을 글로 적어 도시락에 끼워 보낸다. 이를 읽은(주위사람이 볼까봐 조심해 일라의 글을 읽는 사잔의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다) 사잔이 일라의 글에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 간의 서신교환이 이어진다. 그리고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둘은 이 서신교환을 통해 감정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룬다.
일라와 사잔 외에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사잔의 자리를 이어 받을 젊은 샤이크(나와주딘 시디퀴). 샤이크는 고아로 가난한 촌사람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생명력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때로 성가실 정도로 곰살맞게 구는 샤이크에 의해 굳게 닫혔던 사잔의 마음 문이 서서히 열린다.
은밀하고 섬세하며 유머가 있는 영화로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과묵하고 조용한 칸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의 연기에 맞서는 쾌활한 시디퀴의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인파와 자전거와 인력거 그리고 구식 택시들로 바글거리는 뭄바이 거리를 찍은 촬영도 좋다.
PG. 로열(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PG. 로열(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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