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


하늘을 나는 비행의 꿈을 찾아서… 


지로가 꿈에서 전투기를 타고 비행하고 있다.
‘모노노케 공주’와 ‘포뇨’ 및 ‘하늘의 성’ 등 시각미와 얘기가 모두 다채롭고 풍성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본 만화영화 감독 하야오 미야자키의 11번째 작품(각본 겸)이자 그의 은퇴작이다. 그림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섬세하고 또 다채로운 데다가 전쟁과 로맨스와 비행의 꿈의 실현을 좇는 젊은이의 얘기도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보기에 거슬리는 점은 영화가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또 태평양 전쟁에 사용한 전투기 ‘제로’를 고안한 실존 인물인 지로 호리코시의 삶을 다뤘다는 것이다. 미야자키는 영화에서 자기는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상의 꿈을 현실화 하려는 지로의 아름다운 꿈을 그리려고 했다는 점을 몇 차례 피력하고 있지만 일제의 오랜 피점령국이었던 우리로선 단순히 이름다운 영화로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미야자키 영화중에선 가장 사실적이요 또 성인을 위한 작품이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에서 따 왔다. 
얘기는 지로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시골에 사는 지로는 소년시절부터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이 꿈이지만 근시안이어서 조종 대신 비행기 제작으로 자기 꿈을 바꾼다. 이를 위해 지로는 영어로 된 항공관계 잡지를 사전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지로는 밤이면 이탈리아 항공계의 개척자인 지오반니 카프로니가 타고 하늘을 나는 날개 3개의 비행기 꿈을 꾸곤 한다.
이어 시간대는 1923년으로 옮겨진다. 도쿄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지로가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데 칸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기차가 탈선한다. 이 대지진과 그 후의 혼란을 그린 그림이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리고 지로는 역시 열차에 탔던 아름다운 나호코를 도와주면서 평생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학교를 나온 지로는 미쓰비시 중공업에 들어가 비행기 제작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지로는 새 전투기 개발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해 탑 엔지니어로 승진한다. 여기서 지로는 독일을 방문해 독일의 전투기 디자이너들을 만난다. 1930년대 시작과 함께 지로는 ‘제로’(A6M) 전투기의 전신인 항공모함 탑재기인 A5M을 개발한다.
한편 지로는 휴가를 시골에서 보내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독일인 카스토르프를 만난다. 카스토르프는 평화주의자로 지로에게 일본과 독일의 궁극적 패망을 경고한다. 이와 함께 지로는 나호코와 재회하는데 나호코는 폐병을 앓아 몸이 쇠약하다. 지로와 나호코의 아름다운 사랑이 옛 할리웃 영화의 비극적 로맨스처럼 묘시되는데 그림도 아주 곱다.     
그림이 감각적으로 아름답고 내용도 로맨틱 서사극처럼 도도하게 흐르는데 음악도 좋다. 올 오스카 만화영화상 후보작.
PG-13.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470-0492), AMC 센추리15(888-AMC-4FUN), 글렌데일18(818-551-0218), 셔먼옥스 갤러리아(818-501-0753), 할리웃 엘 캐피탄(27일까지. 800-DISNEY6).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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