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채닝 테이텀·왼쪽)가 존(스티브 카렐)으로부터 레슬링 지도를 받고 있다. |
긴장… 갈등… 마치 스릴러 같은 레슬링 영화
1996년에 발생한 펜실베니아주의 억만장자 존 E. 뒤판트의 미 레슬링 올림픽 챔피언 데이브 슐츠 살인사건을 다룬 단단히 조여진 어둡고 긴장감 가득한 심리드라마이자 성격탐구 영화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강렬한 힘을 지녔다.
묵직한 영화로 내용과 연기와 연출 그리고 촬영 등 여러 부문에서 상감인데 특히 볼만한 것은 코미디언 스티브 카렐과 별로 무거운 역을 하지 않았던 테이텀 채닝의 극적인 변용. 둘이 과거의 틀을 벗어나 보여주는 심각하고 진지한 연기는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둘 다 올림픽 레슬링 메달리스트인 데이브와 그의 동생 마크 그리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존의 삼각관계를 다루었는데 상영시간이 134분인데도 얘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해괴한 얘기를 심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바짝 조인 베넷 밀러 감독(‘카포티’ ‘머니볼’-올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의 완숙되고 튼튼한 연출력 때문에 무슨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한기마저 느끼게 된다.
둘 다 1984년 LA 올림픽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마크 러팔로)와 마크(테이텀)는 형제.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데이브는 자신들의 부모가 이혼한 뒤로 동생 마크를 돌봤는데 둘은 형제애가 돈독하면서도 침울한 성격의 마크는 늘 형의 그림자를 못 벗어난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다.
데이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코치로서 마크와 맹훈련에 들어가는데 영화는 둘의 레슬링 장면을 통해 형제간의 사랑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펜실베니아의 밸리포지에 대규모 저택과 경마용 녹초지 폭스캐처를 소유한 존(카렐)에게서 마크에게 초청장이 날아든다.
폭스캐처에 있는 자신의 체육관에서 서울 올림픽에 대비해 훈련 중인 레슬링 팀에 합류하라는 것이다. 이에 마크는 데이브에게 함께 가자고 종용하나 아내(시에나 밀러)와 어린 두 아이가 있는 가정적인 데이브는 집을 떠날 수 없다고 사양한다.
마크가 혼자 폭스캐처에 도착하면서 존의 영접을 받는다. 존으로 분장한 카렐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커다란 가짜 코에 눈썹이 거의 없는 창백한 색깔의 얼굴을 한 존은 마치 인조인간처럼 괴이하고 병적인 모습. 게다가 이상한 억양으로 말까지 느리게 해 보고 있자니 기분이 으스스하다.
존은 일종의 과대망상증자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성취해야 만족하는 이고 투성이의 인간으로 마크와 팀을 가혹하게 훈련시킨다. 그리고 팀의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마크에게 데이브를 코치로서 폭스캐처로 오게 하라고 보챈다. 이에 데이브가 가족과 함께 폭스캐처로 이사 오면서 3인 간에 깊은 관계가 맺어진다.
그러나 다시 형의 후광에 자신이 가려졌다고 생각하는 마크는 개인적으로 선수로서 타락의 길을 걷는데 데이브는 이런 동생을 어떻게 해서든지 구원하려고 모진 애를 쓴다. 여기에 존이 데이브를 무시하고 팀의 코치 노릇을 자처하면서 존과 데이브의 관계에 갈등이 인다. 마크를 비롯한 폭스캐처 팀은 존을 코치로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나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연기들이 모두 훌륭한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것은 카렐의 연기. 완전히 자신의 생애를 뒤바꾸어 놓을 경탄할 연기로 살아 있는 괴물을 보는 것 같다.
R.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 -470-0492),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888- AMC-4FUN)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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