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프라이드(Pride)

런던에서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파업광부 지지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광부들과 동성애자의 이색적 연대 감동터치


1984년 ‘철의 나비’ 대처 수상이 지배하던 영국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총파업과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금을 모금한 런던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걸맞지 않는 우호관계를 그린 드라메디로 기를 쓰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려고 애를 써 다소 부담이 가지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영국작품이다.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많고 또 너무 광범위하게 여러 가지 얘기를 다루고 있어 좀 산만하고 또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담이어서 기시감이 있으나 감독 매튜 와커스는 모든 인물들을 사랑하면서 정성과 애정을 다해 다뤄 가슴에 와 닿는다.
광부들의 파업과 이에 대한 대처의 냉정한 반응을 TV 뉴스로 보던 젊은 게이 행동주의자 마크(벤 슈네처-뉴요커로 기막히게 영국 액센트를 쓰는데 실제의 마크는 26세로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런던 게이행진에 버켓을 들고 나와 광부들의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한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 런던 교외에 사는 10대의 조(조지 맥케이). 그런데 조는 자신의 성적 기호를 숨기고 있다.
동성애자들과 블루칼러인 광부들은 서로 어울릴 처지가 아닌데도 마크는 둘이 모두 압박 받고 사회에서 밀려난 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믿고 대처를 공동의 적으로 삼고 일단의 동료들과 함께 ‘광부들을 후원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GSM)이라는 단체를 조직, 광부 돕기 기금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그리고 이들은 파업을 하고 있는 사우스웨일즈의 작은 광산마을을 찾아가나 처음에는 광부들로부터 냉대를 받는다. 남자들과 반대로 이들을 반갑게 맞는 것은 여자들. 그 중에서도 정열적이요 생의 소금과도 같은 동네 반장격인 헤피나(이멜다 스턴튼은 언제나 호연)와 진보적 사고방식을 지닌 젊은 주부 시안(제시카 거닝이 연기를 아주 잘 한다-실제의 시안은 후에 지방의원이 됐다)과 나이 먹은 상냥한 그웬(멘나 트러슬러) 등이 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남자 중엔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인 클립(빌 나이)이 이들을 환영하고 노조의 중재자인 다이(패디 콘시딘)도 이들을 조심스럽게 맞아들인다. 
결국 광부들도 LGSM 회원들의 진심에 감동해 서서히 마음이 녹는데 이런 과정을 서술하면서 여러 가지 판에 박은 에피소드들이 진열된다. 그 중에서 활기찬 것은 게이인 조나단(우락부락하게 생긴 도미닉 웨스트가 역을 잘 소화한다)이 동네사람들이 잔뜩 모인 교회 홀에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신나게 디스코를 추는 장면.
LGSM팀이 웨일즈로 내려오고 이에 대답 차 헤피나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런던을 방문하면서 잡다한 에피소드들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여기에 질질 끄는 파업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광부들의 결단과 광부 돕기와 에이즈 대처 문제를 놓고 일어나는 LGSM의 내부갈등 등 얘기가 지나치게 잔가지를 많이 친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고(특히 젊은 배우들이 영화에 넘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드라마와 코미디와 감상적인 면을 고루 잘 섞어 흐뭇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즐거운 영화다. 1985년 런던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에 광부들과 그들의 아내들이 대거 참석하는 마지막 장면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R. CBS Films.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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