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로이 최의 쿠바 샌드위치’



LA에 음식트럭 붐을 일으킨 ‘고기 바비큐’의 창업자인 로이 최(44)가 프라이팬에 각종 재료를 놓고 쿠바 샌드위치를 만드는 모습이 마치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맞다. 요리도 예술이라고 한다.
한국과 멕시코 음식을 혼성한 요리법을 고안해 전 미국이 알아주는 셰프가 된 로이가 만드는 쿠바 샌드위치의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서 아직 저녁을 못 먹은 내 위장을 자극한다.
로이의 삶과 그의 음식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5월에 개봉, 빅히트한 영화 ‘셰프’(Chef)의 DVD 발매를 기념한 요리시범이 23일 LA의 선셋 타워 호텔에서 있었다. 로이는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존 홰브로의 요리선생으로 자문했고 그가 개발한 디저트 ‘베리즈 앤 크림’도 영화에 선을 보였다.        
요리시범에는 영화에서 셰프로 나온 존과 그의 어린 아들 역의 엠제이 앤소니가 나와 로이의 지시대로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사진) 로이가 재료를 다루는 동작이 마치 요술쟁이가 공 놀리듯 한다. 쿠바 샌드위치의 재료는 빵과 겨자(로이는 빵에 겨자를 바를 땐 빵 전체에 골고루 발라야 한다고 가르쳐 줬다)와 오이지와 돼지고기와 햄과 스위스치즈.
존은 로이의 지시대로 요리를 하면서 “요리는 하나의 비전이며 셰프는 타고난 선생”이라고 로이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난 로이 덕택에 집에서 온갖 음식을 다 해먹는다”고 자랑했다. 시범이 끝나고 쟁반에 담겨 나온 샌드위치를 포도주에 곁들여 먹어보니 맛이 고소하다. “여미.”
내가 로이와 악수를 나누면서 한국일보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니 그는 “반갑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 로이에게 “당신에게 있어 음식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나는 말도 별로 잘 못하고 또 스포츠 같은 것도 크게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음식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통한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셰프’는 음식영화이자 부자간의 사랑을 강조한 영화로 로이는 “이 영화는 음식 관계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고 아울러 그들에게 명예로운 작품”이라면서 “존이 처음에 각본을 가져 왔을 때 읽고 감동했고 영화도 거의 각본 그대로”라고 존을 칭찬했다.
LA에서 시작해 마이애미로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뉴올리언스와 오스틴을 거쳐 LA로 돌아오는 로드 무비이기도 한 ‘셰프’는 음식과 가족 사랑으로 채워진 코미디 드라마다. 소피아 베르가라, 존 레구이사모, 더스틴 호프만, 스칼렛 조핸슨, 앤디 가르시아, 올리버 플랫 및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초호화 캐스트. 시각과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이 화면을 장식, 영화 내내 군침을 삼키다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아이언 맨’을 감독하기도 한 존과는 구면이어서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존은 “나는 김치라이스가 제일 좋다”면서 “그 걸 집에서도 해먹고 또 코리아타운에 있는 라인호텔의 로이의 식당(로이는 이 밖에도 LA와 인근 도시에 여러 개의 식당을 소유하고 있다)에서 로이의 메뉴를 즐긴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로이가 “그 김치 내가 갔다 줬다”며 거들었다.
이어 존은 “로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앞치마 두르는 방법도 하나의 의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존은 현재 디즈니의 대규모 액션 모험영화 ‘정글북’을 감독하고 있다.
로이는 중학교에 다닐 때 말썽꾸러기여서 부모가 군사학교에 보낼 정도였다. 20대 초반에는 마약에도 손을 댔고 한때 법대에도 다녔지만 곧 중퇴했다. 로이에게 재생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 셰프 에메릴 라가스. 에메릴이 TV에서 요리강좌를 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에메릴이 TV 밖으로 나와 자기에게 “이 냄새 좀 맡아 봐. 이것 맛 좀 봐. 뭐든지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로이는 요리학교에 등록했고 에메릴은 로이의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로이는 덜 풍족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틈이 나면 사우스센트럴 LA에 가서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다. 로이는 “이제 나는 마약 대신 사람들 먹이는 일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료 셰프들에게도 “특권층만 먹일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먹이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2010년 ‘10대 최고의 신인 셰프’로 선정된 로이는 자서전 겸 요리책인 ‘LA 선: 마이 라이프, 마이 시티, 마이 후드’(LA Son: My Life, My City, My Food)를 출간했다. 그리고 CNN은 곧 로이의 쇼 ‘스트릿 푸드’(Street Food)를 방영한다. 로이의 옆에 있던 존이 “그 쇼에는 내가 제일  먼저 게스트로 나온다”고 뽐냈다. 쇼의 시청률이 하늘 높이 치솟기를 바란다. ‘코리안 후드 넘버 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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