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덴젤 워싱턴)는 어린 창녀를 위해 다시 총을 든다. |
가여운 어린 창녀를 위해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서스펜스와 스타일을 갖춘 폭력적이요 흥분되는 킬러무비로 재미는 있는데 쓸데없이 폭력적이다. 총과 칼과 주먹은 물론이요 코르크스크루와 드릴 그리고 온갖 건축용 날카로운 도구들이 총 동원돼 수많은 러시안 마피아들이 황천으로 가는데 화면에 피가 흥건하다. 고개를 돌리게 된다.
워싱턴이 오스카상을 탄 ‘트레이닝 데이’를 감독한 안트완 후콰가 다시 워싱턴과 콤비를 이뤄 만든 쓴 맛나고 거칠고 사납고 가차 없는 영화인데 흥행에 성공할 것을 자신한 소니사는 벌써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를 지닌 고독하고 과묵한 전직 킬러 스파이가 학대 받는 어린 창녀를 도와주면서 법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무력과 폭력을 휘두르는 얘기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지만(이 영화는 보스턴판 ‘택시 드라이버’다) 눈부신 액션과 느와르의 음습한 분위기 그리고 워싱턴의 신비감과 카리스마 가득한 자태와 연기 때문에 볼만하다.
보스턴의 대형 건축자재상 홈마트에서 일하는 로버트 맥콜(워싱턴)은 정결하고 검소한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과묵한 불면증자로 침착한 도사형. 밤이면 동네 다이너에 찾아가 자기 지정석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노인과 바다’와 ‘투명인간’ 같은 책을 읽는다. 로버트의 정체는 영화 중간에 가서야 밝혀지나 우리는 이미 그가 과거가 있고 어두운 일에 종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로버트는 식당에서 10대 러시안 창녀 테리(클로에 그레이스 모리츠)를 알게 되는데 어느 날 테리가 핌프에게 죽도록 얻어맞아 입원한 것을 보고(테리는 그 후 영화에서 사라졌다가 끝에 다시 나타나는데 영화는 철저히 워싱턴의 것이다) 테리의 소유주인 러시안 마피아 본부로 찾아간다. 그리고 현찰 8,000달러를 내밀면서 테리를 해방시키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가 거절되면서 로버트는 방안에 있는 5명의 마피아를 무자비하게 살해하는데 긴 대화에 이어 천둥번개 치듯 하는 살해 장면이 멋지게 안무되고 연출됐다. 로버트는 이들을 살해하기 전에 눈으로 마치 고성능 컴퓨터가 감지하듯이 방안의 마피아들의 위치와 무기로 쓸 만한 것들 그리고 내부구조 등을 전광석화처럼 파악한다.
보스턴의 술집과 에스콧 서비스와 부패한 경찰까지 손 안에 쥐고 있는(이것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러시안 마피아가 이렇게 당하자 러시아의 마피아 본부에서 로버트를 처치하기 위해 교활하고 잔악하고 지능이 뛰어난 사이코 테디(마턴 코카스가 웃으며 사람 잡는 연기를 겁나게 한다)를 보스턴으로 파견한다.
그러나 테디의 로버트 살해 시도는 늘 테디보다 한 발 앞서가는 로버트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이로 인해 테디는 좌절감에 빠진다. 영화 중간에 가서 로버트가 과거 자신의 정보부 상사였던 부부(빌 풀맨과 멜리사 리오)를 찾아가면서 그의 정체가 밝혀진다.
마지막 장면은 홈마트 안에서의 로버트와 테리의 장시간에 걸친 대결로 이어지는데 서스펜스와 잔인한 액션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나온 1985~89년 방영된 미국의 동명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R. 전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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