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 킬러 존(키아누 리브스)이 총을 난사하고 있다. |
‘돌아온 킬러’ 키아누 리브스의 유혈낭자 복수극
유혈폭력이 난무하고 액션이 달아오른 프라이팬 위에서 콩 튀듯 하는 킬러영화로 마치 살아 있는 그래픽 노블이나 비디오 게임 또는 만화를 보는 것 같다. 눈알이 돌아가는 스타일 좋고 잔인한 액션 속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인들이 죽어 다소 터무니가 없지만 액션 팬들에겐 그야 말로 연말 선물 같은 영화다.
요즘 많이 나오는 은퇴한 킬러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총칼을 집어 드는 얘기로 키아누 리브스(50세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인다)가 착 가라앉은 연기를 하는데 그는 온갖 무기와 육신의 모든 부분을 동원해 마치 춤을 추듯이 아름다운 동작으로 사람을 죽인다.
지하세계에서 가장 두려운 킬러인 존 윅(리브스)은 헬렌(브리젯 모내핸)을 사랑해 살인에서 손을 씻고 헬렌과 결혼해 조용한 삶을 즐긴다. 그러나 헬렌이 병으로 죽고 존은 헬렌이 죽기 전에 자기에게 보낸 선물인 애견과 단 둘이 고독과 슬픔을 달랜다.
그런데 브룩클린을 말아먹는 러시안 마피아(요즘 액션영화의 나쁜 놈들은 다 러시안이다) 두목 비고(미카엘 니크비스트)의 철딱서니 없는 아들 이오세프(알피 알렌)가 두 명의 졸개와 함께 존의 스포츠카를 탈취하고 애견을 죽이면서 존은 이를 갈면서 복수에 나선다.
영화에서 액션 외에 볼만한 것은 약간 환상적일 정도로 이색적인 범죄세계의 모습. 존은 킬러들만 묵는 호텔에 짐을 풀고 살인에 나서는데 이 호텔과 함께 킬러 전문의 나이트클럽을 디자인한 세트가 스타일 좋다. 그리고 윈스턴(이안 맥셰인)이 일종의 대부로 군림하는 이 킬러들의 세계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어 이를 어기면 잔인한 보복이 따른다.
존이 이오세프를 죽이려고 집요하게 그를 추적하면서 러시안 마피아들이 수 없이 황천으로 가는데 비고는 섹시한 여자 킬러 퍼킨스(아드리앤 팔렉키)를 비롯해 수십명의 졸개들을 풀어 존을 처치하려고 하나 상대가 안 된다. 존이 죽인 사체들은 사체처리 업자가 말끔히 청소해 준다.
간단한 내용의 영화로 영화의 후반부는 완전히 살육의 액션으로 이어진다. 이 액션이 장관인데 무기와 인체를 총 동원한 유혈의 발레이자 치명적으로 날렵한 쿵푸액션 그리고 스턴트가 눈부시다. 윌렘 다포가 존의 옛 동지 킬러로 나온다. 이것이 히트하면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기자가 얼마 전에 리브스를 만나 “영화를 보면서 사체를 세기 시작하다 포기했는데 도대체 몇 명이나 죽였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70여명은 족히 된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 R. Lionsgate.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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