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왼쪽)가 아내와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혼자 눈사태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
위기 순간 혼자만 도망친 아빠, 당신 가족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후유증과 영향을 날카롭고 내밀하게 해부한 심리 드라마이자 블랙 코미디로 스웨덴의 내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 출품작이다.우리는 남들이 보통 때 보는 것처럼 그렇게 결코 최선의 사람들만은 아니다 라는 명제와 함께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최악의 모습과 전연 기대치 않았던 측면을 도전적으로 노출시킨 작품인데 우롱하다시피 인간의 생존본능을 천착하고 있다.
눈사태를 만난 남자가 자기 가족을 구하는 대신 순간적이요 본능적으로 자기만 살겠다고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도망간 사실이 가족에게 미치는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정신적이요 감정적인 관계의 균열을 고약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와 움직이지 않는 롱테이크 위주의 카메라 그리고 비발디의 매섭게 몰아치는 ‘사계’의 음악과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 및 좋은 연기 등이 절대적 조화를 이룬 훌륭한 영화다. 밤의 인공 눈사태를 만드는 폭음소리와 함께 전체적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거의 으스스한 공포영화 분위기마저 조성한다.
스웨덴의 부르주아 층인 직장인 토머스(요하네스 바 쿤케)와 그의 현모양처인 에바(리사 로벤 콩실) 그리고 이들의 두 어린 남매 하리(빈센트 베터그렌)와 베라(클라라 베터그렌)는 5일간(영화는 마치 5막의 연극 식으로 진행된다) 알프스의 스키장으로 휴가를 온다. 토머스의 가족은 모범 가족의 모델이다.
스키장에 도착한 이틀째 되는 날 토머스 가족은 식당의 야외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눈사태가 나면서 눈이 식당을 덮칠 것처럼 달려 내려온다. 이에 에바는 두 아이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취한 반면 토머스는 자기 아이폰과 스키장갑을 들고 식탁에서 달아난다.
그러나 다행히 눈사태는 식당 앞에서 멈춰 인명피해는 없는데 뒤 늦게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토머스를 대하는 나머지 가족의 눈길과 태도가 매우 차갑고 경멸적이다. 여기서부터 토머스의 도주를 놓고 토머스와 에바는 계속해 말다툼을 하고 대립하게 되고 그동안 유지돼 오던 가족 간의 우애관계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토머스가 자기 행동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그가 자기 잘못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작은 실수로 취급하려고 든다.
남편을 사랑하는 에바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나 별무효과. 그리고 토머스와 에바는 각기 그 사건을 각자의 견해로 보자는 관계 땜질용 합의까지 하나 에바는 남편이 이기적인 괴물이라는 생각에 분노와 치욕과 슬픔에서 빠져 나오질 못한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와 느낌과 생각은 토머스 부부가 자기들 방으로 초대한 스키장에서 만난 한 쌍의 즉석 애인과의 저녁식사 장면에서 거의 잔인토록 코믹하게 까밝혀진다. 잘 나가던 식사 중에 갑자기 에바가 남편의 비겁한 행동을 까발린다. 이에 처음에는 아내의 말을 웃어넘기려던 토머스는 급기야는 자기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고 대어든다. 여기서 우리는 토머스와 에바의 진정한 화해는 물 건너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어 토머스의 노르웨이 친구 마츠와 그의 20세난 애인 화니가 토머스 부부를 방문하는데 에바의 얘기를 들은 화니는 마츠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겠느냐고 따지면서 둘 간에 싸움질이 일어난다. 과연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영화가 다소 긴데 마지막의 사족 같은 토머스네를 비롯한 관광객들의 귀가장면은 잘랐어야 했다. 루벤 오스트룬드 감독(공동 각본). 성인용. Magnolia. 일부 지역. 31일 개봉.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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