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9월 23일 화요일

헥터의 행복 추구(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헥터(사이몬 펙)가 샹하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권태로운 삶 탈출 행복 찾아가는 여정 공감


런던에서 좋은 아파트에 아름다운 애인 그리고 훌륭한 직업을 갖고 잘 사는 헥터(사이몬 펙)는 이렇게 남들이 다 부러워할 여건을 갖췄는데도 삶이 도무지 행복하지가 않고 권태롭기만 하다. 아마 그의 직업이 매일 같이 남의 내적 고충을 들어줘야 하는 심리상담의이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헥터는 어느 날 느닷없이 애인 클라라(로자문드 파이크-예쁘다)에게 “나 자아 발견을 위해 여행 좀 다녀와야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보따리를 싸들고 세계 여행길에 나선다. 이 영국 영화는 우리가 여러 차례 들은 이런 자아발견의 얘기로 기시감이 많긴 하지만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사이몬 펙의 코믹하면서도 극적인 연기와 해롭지 않고 대중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보고 즐길 만하다.
심각한 내용과 코미디를 섞은 드라메디라고 하겠는데 얘기가 어쩔 수 없이 에피소드식이고 꽤 감상적이며 어떤 내용은 억지를 부린 듯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아 결국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코앞에 있구나”하고 해묵은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밝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온 가족영화다.
그래서 헥터는 런던을 떠나 먼저 상하이로 날아간다(갑자기 자기 혼자 행복 찾아가겠다며 집을 나서는 헥터를 곱게 받아들이는 클라라야말로 성녀다). 이 여정에서 헥터는 부유한 은행가(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언제나 잘 한다)를 만나 인생 얘기를 나누면서 인생 공부를 한다. 그리고 클럽에서 만난 아름다운 중국 창녀와도 대화를 나눈다. 또 중국 승려와도 만나 인생에 대해 한 말씀 듣는데 영화는 이렇게 인생 말씀이 많다.
이어 헥터는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여기서 헥터는 가난한 주민들을 만나 그들과의 짧은 삶을 즐기나 무기와 드럭 딜러들에게 납치되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매우 어두운 이 부분이 다소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헥터는 무기거래 두목(장 르노 역시 잘 한다)과의 인연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헥터는 중간 중간에 스카이프로 클라라와 대화를 나누는데 클라라는 여전히 고분고분하다. 헥터는 이 여정을 통해 삶의 여러 가지 다른 부분들의 샘플을 수집하면서 이번에는 대학시절의 사랑 애그네스(토니 콜렛 역시 아주 잘 한다)가 살고 있는 LA로 간다. 애그니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이제 헥터는 런던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행복은 클라라가 있는 런던의 자기 아파트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변덕스럽고 재치가 있는 즐겁고 가벼운 영화로 펙이 코미디언에서 드러매틱한 배우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영화다. 특히 좋은 것은 조연진의 연기다. 영화에 무게를 주는 작용을 한다. 피터 첼솜 감독. 
R. Relativity.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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