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9월 15일 월요일

스켈리튼 트윈스 (Skeleton Twins)


남매간 사랑과 갈등, 내적 방황 경쾌하게 그려


마일로(왼쪽)와 매기가 병원에서 어색한 대화를 하고 있다.
오래 서로 연락이 없던 남매의 재회를 통해 고찰한 남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탐구한 소품 드라메디로 각본과 연기가 좋다. 철저한 인물과 개성을 천착한 작품으로 대사 위주여서 대중성 강한 오락영화는 아니나 심각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달곰 쌉살하게 잘 섞었다.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용의 반복성이다. 같은 얘기를 되뇌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 정말 보기 좋은 것은 둘 다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출신인 빌 헤이더와 크리스튼 윅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호흡이다. 코믹하면서도 진지한데 내적 취약성과 분노와 슬픔과 함께 남매지간의 질긴 사랑을 한치의 과장도 없이 자연스럽게 해낸다. 박수감이다.
처음에 LA에 사는 안 팔리는 배우 마일로(헤이더)와 뉴욕에 사는 가정주부이자 치아위생사 매기(윅)이 서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런 심각한 장면을 코믹하게 처리한 크레이그 존스턴감독(공동 각본)의 솜씨가 기민한데 영화는 전편을 통해 이런 양분된 분위기를 재치 있게 조화시켰다.
마일로는 동성애자로 최근 애인에게서 버림 받고 욕조에서 혈관을 끊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순간 매기도 손에 가득 담은 약을 먹으려고 한다. 이 때 매기의 셀폰이 울리면서 병원으로부터 마일로의 자살시도 뉴스가 전달된다. 그런데 둘은 10년간 서로 연락이 없던 사이다.  
LA로 날아간 매기가 마일로를 방문하나 처음에는 둘간의 분위기가 어색하다. 그러나 곧 이어 남매지간의 사랑이 연결되고 매기의 권유에 따라 마일로는 매기와 하께 고향인 뉴욕의 매기의 집으로 간다.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유분방한 매기는 사람 좋은 랜스(루크 윌슨)와 결혼해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으나 자신의 평범한 행복을 겨워하면서 방황한다. 그리고 스쿠바선생과 애정 없는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매기가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과 안정된 직장과 안락한 가정이 있는데도 왜 방황하는지 그 이유가 애매모호하다. 하기야 내적 방황에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런 매기의 가정에 역시 정신적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지 못한 마일로가 들어와 살면서 이 집안의 역학관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천하태평 스타일의 랜스는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를 옆에서 목격하면서 나름대로 관계 짜깁기에 한몫 거들려고 노력한다.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가 소원하게된 연유는 서서히 밝혀지는데 마일로가 과거 자신의 고교 영어선생이었던 리치(타이 버렐도 착 가라 앉은 연기를 잘 한다)를 방문하면서 둘이 연인사이였음이 드러난다. 
마일로가 매기의 집에 장기 투숙을 하면서 둘간의 과거가 얘기되고 또 둘은 서로간의 감정적 문제와 이해관계 그리고 갈등과 때로는 증오까지를 다루면서 소리치며 다투기도 하나 결국은 정으로 화해한다. 
영화에서 기차게 멋 있는 장면은 마일로가 1980년대 유행한 보칼그룹 스타쉽의 ‘나싱즈 고나 스탑 어스 나우’를 립싱크하는 장면.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마지못해 뒤늦게 립싱크에 동참한 매기와 마일로의 마임 듀엣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또 매기가 자기 치료소에서 마일로의 이를 스케일링한 뒤 둘이 나누는 대사와 즉흥적 연기하듯 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헤이더와 윅이 모두 진지하고 심각하며 때론 가슴 아프기까지한 주제를 무게가 있으면서도 경쾌하고 코믹하게 처리한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데 특히 윅의 연기가 보기 좋다. 
R. Roadside Attractions.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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