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인들의 인육을 즐기는 엽기 스릴러
칼로스(왼쪽)와 니나가 눈 덮인 산정에서 깊은 감정에 젖어 있다. |
고독하고 과묵한 고급 양복 재단사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인육을 즐기는 식인종으로 나오는 무드 짙고 스산한 기분을 자아내는 스페인 영화로 화면구성과 롱샷을 즐겨 쓴 촬영이 아찔하게 아름답다.
주도면밀하고 서행하는 작품으로 식인의 얘기이지만 센세이셔널 하지 않고 끔직한 장면은 화면 밖에서 벌어진다. 주인공이 정성껏 만드는 옷과 같은 고급 공포 스릴러이자 종교적 상징이 많은 드라마인데 주인공의 가라앉는 듯한 연기와 함께 치밀하고 신중한 연출 그리고 유혹적인 분위기가 보는 사람을 화면 속으로 깊이 빨아들인다.
스페인의 그라나다. 처음에 카메라가 극단적인 롱샷으로 밤의 외딴 주유소에서 두 남녀가 차에 주유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칼로스(안토니오 데 라 토레)가 자기 차로 이들이 탄 차를 길 밖으로 떨어지게 한 뒤 죽은 여자의 사체를 자기 차에 옮겨 싣고 눈에 덮인 산 위에 있는 자신의 별장인 오두막집으로 간다.
여기서 칼로스는 여인의 옷을 벗겨 테이블 위에 누인 뒤 사체를 절단할 도구를 고른다. 그리고 테이블에 패인 곳으로 선혈이 흐른다. 그라나다의 자기 아파트로 돌아온 칼로스는 플래스틱으로 싼 고기를 냉장고에 넣는다. 칼로스가 고기를 프라이팬에 살짝 데친 뒤 포도주와 곁들여 먹는 장면이 몸서리를 치게 한다.
칼로스의 식인은 그와 여자와의 성적관계이자 일종의 종교적 의식처럼 묘사되지만 그가 왜 식인을 즐기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칼로스는 낮에는 자기 아파트 앞의 양복점에서 마치 명화가가 그림을 그리듯이 정성껏 양복을 재단한다. 대인관계가 전연 없다시피 한 칼로스에게 이층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섹시한 루마니아계 금발미녀 알렉산드라(올림피아 멜린테)가 접근하면서 그의 시간표를 짜 사는 듯한 생활의 리듬과 공간이 침해를 당하게 된다.
알렉산드라가 칼로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그의 비밀에 참견을 하면서 실종된다. 이어 알렉산드라의 여동생 니나(멜린테의 1인 2역)가 언니의 행적을 알기 위해 칼로스를 방문하면서 니나와 칼로스 간에 미묘한 감정적 관계가 서서히 형성된다. 그리고 칼로스는 니나를 자기 오두막집으로 초청한다.
데 라 토레가 마치 양복을 정성껏 재단하듯 빈틈없는 연기를 하는데 침통한 그의 모습과 연기에 반해 밝고 신선한 모습의 멜린테의 모습과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누엘 마틴 쿠엔카 감독. 성인용.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