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는 12세 때… 키스 안할것 서약했죠”
암에 걸린 두 10대 남녀의 아름답고 청순한 사랑을 곱게 그린 슬프고 아담한 소품‘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에서 헤이즐 역을 맡은 떠오르는 연기파 청춘스타 쉐일린 우들리(22)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단발에 갈비씨인 우들리는 명랑하고 다정했는데 약간 굵은 음성으로“흐흐, 헤헤”하고 웃으면서 질문에 속사포식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생긴 것처럼 매우 총명했는데 명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대답을 들으면서 나이보다 성숙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계속해 울면서 본‘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는 지금까지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빅히트작으로 영화의 기둥이다시피 한 우들리가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우들리가 처음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역은 알렉잰더 페인이 감독한‘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 역으로 우들리는 올해 영 어덜트 소설이 원작으로 역시 히트한‘다이버전트’에도 주연했다. 대성할 배우다.
―당신은 운명과 고통을 얼마나 잘 감수할 수 있는가.
“내가 ‘디센던트’에 나왔을 때 페인 감독이 내게 ‘운명을 믿어라’고 말했다. 당시 18세였던 내게 그 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고 그로 인해 이 세상에서 살려면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은 행복과 슬픔과 흥분과도 같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난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은 하나 그것을 진짜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특혜로 비록 아프긴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첫 애인을 집에 데리고 갔을 때 당신의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나의 부모는 모두 심리학자인데 매우 개방적이요 진보적이다. 늘 나를 후원하고 또 염려한다. 내 첫 데이트는 12세 때로 그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갔더니 아버지가 우리 둘에게 서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시켰다. 내용은 키스를 하지 말 것과 둘이만 방에 있을 때 문을 닫지 말 것 그리고 손을 잡으려면 반드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잡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지금도 이 서약대로 남이 없는 데서는 남자의 손을 잡지 못한다.”
―당신은 영화에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엘 가는데 실제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는 누구인가.
“작고한 아나이스 닌이다. 그는 정말로 총명한 작가로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일이라도 다할 것이다.”
―당신은 애인 거스(안셀 엔골트)와 함께 앤 프랭크가 숨었던 다락에 올라갔을 때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애인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데 기분이 어땠는가.
“다락방까지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이 계단은 내가 겪는 질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계단을 올라 다락방에 도착함으로써 내 장애를 극복한 것이다. 키스신은 정말로 사실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엄청난 고난을 견디어낸 앤이라는 소녀가 헤이즐에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니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에 나오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삶에서 보장된 것이나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걱정과 죄의식 또는 스트레스에 소모한다는 것은 공정치가 못하다는 것이다. 삶은 순간적이라는 것을 진실로 배웠다. 우리는 앞으로 몇 분을 더 살고 호흡을 몇 번이나 더 할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 날을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세상의 목소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강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십을 남발하는 매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난 신경을 안 쓴다. 불안이나 불확실성 그리고 취약함은 자기를 외적 환경에 비유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좌우지간 가십들은 다 가짜다.”
―당신은 ‘디센던트’에선 버릇없는 못된 10대로 그리고 이 영화에선 성숙하고 지적인 10대로 나왔는데 요즘 10대는 이 중에 어디에 속한다고 보는가.
“우린 다 천성적으로 복잡한 개체여서 난 무언가에 어느 특정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설사 그들이 겉으로 못돼 보이더라도 우린 그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모르는 것 아닌가. 배우가 된 것의 대단한 혜택은 각기 다른 인물들과 이야기들의 내적 복잡한 성질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 다르듯이 10대들도 모두 각기 다르다. 10대들은 책이나 미디어 및 영화가 종종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이요 똑똑하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의 작가 존 그린은 10대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음성을 주고 있다. 그는 10대의 음성을 있는 그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암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라도 했는가.
“그것은 세상에 만유하는 것이다. 난 영화를 위해 내 또래의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후 나는 내 삶을 감사하게 되었고 산소마저도 감사하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과 삶을 찬양하게 되었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암과 죽음을 제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 삶의 금언은 무엇인가.
“먼저 ‘유 두 유’ 즉 너 자신이기를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모든 것은 늘 다 잘 될 것이고 그리고 너는 죽는다’이다. 마지막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연민 없는 정직은 잔인이다’이다.”
―헤이즐은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니면서 숨을 쉬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두 달 내내 산소통을 끌고 다니느라 한 손으로 생활하다시피 했다. 영화 후 산소의 고마움과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숨 쉬는 것에 대해 진실로 감사하게 되었다.”
―당신에게 우정은 얼마나 중요하며 일하지 않을 땐 어떻게 지내는가.
“다행히도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 분장사여서 우린 늘 함께 여행한다. 일하지 않을 때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다. 집에 가 설거지하고 세탁하는 매우 정상적인 삶이다. 난 50%는 혼자 있는 것이 필요하고 나머지 50%는 친구와 사교활동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비극적이면서 아울러 로맨틱한데 당신에게 있어 로맨스는 무엇인가.
“난 불치의 로맨틱이요 백일몽가다. 난 그 어느 것도 내가 창조한 기대치를 넘어설 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로맨틱한 것을 결코 찾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로맨틱한 것 중의 하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당신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적은 쪽지 같은 전연 기대치 않은 것을 받는 것도 로맨틱한 일이다.”
―로맨틱하려면 무드가 중요한가.
“순수하고 진짜이고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단 한 가지 로맨틱한 무드를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은 조명이다.”
―최근에 남자를 보고 숨이 막힌 적이 있는가.
“얼마 전에 파리에 갔을 때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내 옆에 누군가 걷고 있어 올려다 봤더니 숨이 막힐 정도로 멋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운명이 가혹하기도 해라.”
―질과 양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가.
“두 말 할 것 없이 질이다.”
―당신이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그것과 싸우겠는가 아니면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아 대답할 수가 없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눈물 짜는 로맨스 영화는 무엇인가.
“‘더티 댄싱’과 ‘프리티 우먼’이다. 난 이런 영화에 사족을 못 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