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노예제 폐지하던 시절 이야기
디도(오른쪽)와 엘리자베스가 함께 피아노를 치고 있다. |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18~ 19세기를 통해 펼쳐지는 영국의 노예제 폐지와 이를 주도한 대법원장 윌리엄 머리 백작과 그가 키운 흑백혼혈의 증손녀 디도의 매우 특별나고 흥미 있는 실화에 허구를 섞어 다룬 의상극으로 귀티가 나는 고급 지적영화다.
내용도 재미있고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도 훌륭하고 현지 촬영과 의상과 디자인 등 모든 것이 잘 만들어진 준수한 작품이다. 흑인 여류감독 암마 아산테의 두 번째 영화인데 연출력이 차분하고 튼튼하다. 전형적인 시대극이나 주인공 벨처럼 현대 감각이 다소 가미된 좋은 작품이다.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퍼드셔 스콘 미술관에 소장된 1779년에 그린 벨과 그의 사촌 엘리자베스의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얘기는 디도 엘리자베스 벨이 소녀 때인 1769년부터 시작돼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디도의 아버지는 영국 해군 제독인 존 린지(매튜 굿)로 디도는 그와 카리브해 국가의 여자 사이에서 출생했다. 존은 딸을 대법원장인 아저씨 머리 백작(탐 윌킨슨)에게 맡기고 떠난다. 머리 백작과 아내(에밀리 왓슨)는 아이가 없어 이미 둘의 친척의 딸 엘리자베스를 딸처럼 키우고 있다. 머리 부부는 처음에는 이 혼혈녀를 어찌 다룰지 몰라 당황하나 곧 디도를 자기들의 친딸처럼 대한다.
디도는 커서 매우 총명하고 독립적이며 할 말 다하는 훌륭한 숙녀(혼혈인 구구 엠바타 로)가 된다. 디도와 엘리자베스(새라 개돈)는 자매처럼 지내지만 디도는 혼혈이어서 외부 손님을 대접하는 식사에는 참석을 못한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손님에게 소개된다.
이 같은 디도의 역동적인 가족 드라마와 함께 머리가 다루는 노예선 종에 대한 재판이 중요한 플롯을 이루면서 노예해방 문제가 거론된다. 종의 선장과 선원들은 화물 취급하는 아프리카의 노예를 싣고 오다가 142명의 노예를 수장시킨 뒤 귀국해 상품에 대한 보험금을 요구하면서 재판이 열린 것. 머리는 과연 이들 노예들이 인간인가 아니면 화물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한편 시대를 앞서 가는 신여성인 디도는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노예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존 대비니어(샘 리드)를 알게 되면서 둘이 함께 노예제 폐지운동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디도는 사망한 아버지로부터 매년 2,000파운드의 유산을 받게 되면서 젊고 아름답고 부유한 이 혼혈녀에게 돈 없는 여러 귀족들이 구혼을 한다. 그 중 한 남자가 인종차별주의자인 어머니(미란다 리처드슨)로부터 등을 떠밀리다시피 하는 올리버(제임스 노턴).
종의 재판 결과 머리는 노예제의 불법을 판결하는데(이는 사실과 다르다) 어쨌든 영국은 미국보다 30년 앞선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한다. 신인 엠바타 로와 윌킨슨의 연기가 돋보인다.
PG.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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