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믹키와 소니아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
황폐한 시골마을, 가출한 아버지… 방황하는 아이들
은유가 많은 검소하고 군더더기 없는 기억에 관한 영상시로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의 황폐한 사막 변두리 마을 살턴 시를 무대로 한 아름답고 무드 짙은 드라마다. 한때 휴양지였으나 지금은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이 마을의 성인 남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찾거나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을 피해 가출한 뒤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아이들은 자기들의 아버지가 “달에 갔다”고 말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이 달은 어쩌면 하나의 이상향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턴 시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황폐하면서도 아름다운 살턴 시는 인물들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남편과 아버지들은 하나 둘씩 가출해 돌아오지 않고 남은 여자들은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재기하고 아이들은 분노와 불안에 휩싸여 방황하지만 이를 통해 성장한다. 영화는 주인공인 16세난 소년 믹키(제프리 왈버그)의 성장기이도 하다.
영화는 전반부는 다소 이야기가 빈약하고 반복적이나 후반에 들면서 감정적으로 강렬한 파고를 일으킨다. 이 감정적 격랑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촬영과 짙은 물감의 감촉을 느끼게 하는 칼라가 한껏 북돋아주고 있다.
믹키는 아버지(제임스 프랭코가 잠깐 나온다)가 가출한 뒤로 미용사인 어머니 에바(라쉬다 존스)가 완전히 생기를 잃어버리면서 어린 동생 콜리아(재카리 아서)를 돌본다.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말 한마디 없이 가출했다. 남자들의 가출은 이 마을의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아버지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믹키와 다른 아이들은 버려진 트레일러에서 고철을 모아 중고품 생필품과 교환한다. 믹키와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분노를 야생 앵무새 훈련으로 승화시키는 사촌 닉(헤일 라이틀).
믹키가 좋아하는 소녀 소니아(알리사 엘 스타이낵커) 역시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고 속으로 끙끙 앓는데 믹키는 이런 소니아에게 분노를 참지 말고 밖으로 분출하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소니아는 가출한 아버지를 용서할 마음이어서 믹키와 갈등을 빚게 된다.
한편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시름을 줄담배를 태우면서 달래던 에바는 서서히 무기력 상태에서 재기해 집에서 다시 손님들의 머리 손질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인 과묵한 식품점 점원(헨리 하퍼)이 에바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둘 사이에 아름다운 감정의 다리가 놓여진다.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절망적인 상황을 넘어선 희망과 밝음의 빛이 느껴진다.
촬영감독 출신인 감독 브루스 티에리 청은 작중 인물들에 대해 지극한 연민의 감정을 표시하면서 죽은 마을과도 같은 세상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을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도록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강한 극적 추진력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촬영뿐 아니라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들의 연기도 모두 보기 좋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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