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왼쪽)과 스테판은 라울의 아내 솔랑지를 공유하고 사랑한다. |
두 남자 한 여자 공유… 기이하고 발칙 프랑스영화
기이할 정도로 색다르고 독창적이며 귀엽고 경쾌한 프랑스 섹스 코미디로 프랑스영화답게 대사가 많지만 말들이 톡톡 튀도록 재치 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과 섹스를 다뤘는데 이런 영화는 프랑스가 아니면 만들지 못한다.
프랑스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메나지 아 트롸’(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유하는 관계) 얘기인데 이 삼각관계는 후에 또 하나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사각관계로 변이한다. 그런데 마지막 남자의 나이가 불과 13세. 이 소년과 젊은 아내의 섹스를 보자니 루이 말르의 ‘가슴앓이’(Murmur of the Heart·1971)이 생각난다. 프랑스의 명장 베르트랑 블리에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1978년 작으로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탔다.
대뜸 일요일 파리의 식당에서 젊은 부부 라울(제라르 드파르디외)과 솔랑지(카롤 로르)가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라울은 솔랑지가 잘 먹지도 않고 불면과 두통에 시달리며 가끔 졸도까지 하는 것이 자기와의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 탓이라며 이 ‘병’을 고쳐주겠다며 다른 남자와 사귀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식당에 앉아 있던 스테판(파트릭 드웨르)을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 해 그에게 솔랑지를 소개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젖가슴을 드러낸 채 뜨개질을 즐기는 솔랑지는 라울과의 섹스에 만족을 못해 탈이 났는데 남편과 스테판과 돌아가면서 섹스를 하는데도(둘은 때로 어제 솔랑지가 누구와 섹스를 했는지 잊어버려 혼란에 빠진다) ‘병’은 안 낫는다. 임신을 하면 ‘병’이 나을 것 같아 노력하나 그것도 안 된다.
스테판은 모차르트 숭배자이자 독서광인 중학교선생. 영화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제21번(‘엘비라 마디간’ 협주곡)과 클라리넷협주곡이 효과적으로 쓰이는데 이와 함께 프랑스 영화음악의 거장 조르지 들르뤼가 작곡한 음악이 아름답게 흐른다.
스테판의 제자 중 한 명이 13세난 IQ 160짜리 크리스티앙(리통 리브망). 스테판이 돌보는 여름캠프에서 왈패들에게 시달리는 크리스티앙을 캠프에 라울과 함께 참석한 솔랑지가 보호를 한다. 어느 날 밤 솔랑지가 조숙한 크리스티앙을 자기 침대에 함께 들게 하면서 크리스티앙은 잠든 솔랑지의 아름다운 육체를 탐구하는데 이에 잠이 깬 솔랑지는 처음에 크리스티앙을 나무라다가 둘이 섹스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솔랑지는 둘 다 아이 같은 라울과 스테판보다 비록 나이는 어리나 이 둘보다 어른다운 크리스티앙에게 의지하게 된다.
크리스티앙의 부모가 아들을 기숙사학교에 보내면서 솔랑지가 크리스티앙이 보고파 안달이 나자 솔랑지와 라울과 스테판이 학교를 찾아가 크리스티앙을 납치한다. 이어 솔랑지는 크리스티앙과 사랑의 줄행랑을 놓는다. 그리고 솔랑지는 마침내 크리스티앙의 아기를 임신한다. 마지막 장면은 납치 죄로 6개월 옥살이를 하고 나온 라울과 스테판이 밤에 솔랑지가 사는 집 쇠문을 붙잡고 멀리 창속으로 보이는 배가 부른 솔랑지를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떠나는 우습고도 가슴 싸하니 저려오는 장면으로 장식된다. 로맨틱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참신한 영화로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보는 사람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연기들이 훌륭하다. 로열극장(11523 Santa Monica Blvd. 310-478-3836)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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