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몸으로 태어난 라라는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다. |
발레리나 꿈꾸는 미소년의 갈등과 처절한 노력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소년의 성장기이자 변신의 드라마로 성의 문제를 가까이서 정성껏 이해하면서 연민의 감을 가지고 탐구한 뛰어난 벨기에 드라마다. 각본을 쓰고 감독한 루카스 돈트의 데뷔작인데 연출 솜씨가 확신에 차 있고 엄격하면서도 자비롭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꿈을 좇으려는 소년의 결단력과 피땀 나는 노력을 극도로 치밀하고 민감하며 감정적으로 공감하도록 만든 작품으로 감독의 연출력과 함께 주인공 소년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출중하다. 거의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군더더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영화다.
15세난 금발의 미소년으로 가녀린 몸을 지닌 라라(빅토르 폴스터)는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문제는 라라가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 라라는 몸만 남자이지 내면이나 행동은 완전히 여자의 것이다.
택시운전사인 라라의 아버지(아리 보르탈터)는 라라의 발레리나가 되려는 꿈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아들의 성전환 수술을 의사와 상의한다. 라라에게는 어린 남동생(올리버 보다트)이 있는데 왜 어머니가 없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라라는 새 동네로 최근에 이사했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저명한 발레학교에서 라라가 수련을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라라는 입학이 잠정적으로 허락된다. 라라는 뒤늦게 발레를 시작해 동급생들보다 훨씬 더 맹렬한 연습을 하는데 이로 인해 발이 피투성이가 된다. 그러나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라라는 이런 고통을 끈질기게 참아낸다.
라라의 좌절감은 자기 몸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 직전에 있는데 발레학교에 가기 전이면 늘 가슴을 붕대로 칭칭 감고 성기는 테이프로 감는다. 이로 인해 라라는 마음을 완전히 외부와 차단시키는데 자기를 이해하는 아버지에게마저 거리를 둔다.
맹렬한 발레 연습 장면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와 함께 라라의 성전환 담당의사와 심리상담 의사와의 대면이 이야기 된다.
호르몬 요법 후 수술에 들어갈 예정인데 수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 라라는 이 시간이 너무 길어 안절부절 하면서 속을 끙끙 앓는데 호르몬 요법마저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면서 라라의 좌절감과 불만은 비등하기만 한다. 그리고 참다못해 라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영화는 희망의 여운을 보여준다.
라라 역의 폴스터는 실제로 발레 댄서인데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이 예쁘게 생겨 영화 내내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어 궁금하게 만든다. 폴스터의 냉정하도록 자기를 억제한 연기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대단히 잘 만든 예술적인 작품으로 제76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R 등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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