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코메티(오른쪽)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미술작가 로드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 |
초상화 그리면서 겪는 일상들... 제프리 러쉬의 내면연기에 경탄
길게 늘인 인물 조각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조각가이자 미술가인 알베르토 지아코메티와 그가 생애 말년에 초상화 모델로 삼은 미국의 젊은 미술작가 제임스 로드와의 관계를 다룬 인물성격 묘사 소품 실화로 배우인 스탠리 투치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지아코메티의 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돼 2인 연극을 보는 것 같은데 볼만한 것은 지아코메티 역의 제프리 러쉬의 변화무쌍한 연기다. 지아코메티와 얼굴도 많이 닮은 그가 상 거지꼴을 해가지고 줄담배를 태우면서 “xuck”을 후렴처럼 내뱉으면서 변덕스런 연기를 하는 모습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샤인’에서의 연기가 생각난다.
반면 유감인 것은 로드 역의 아미 해머의 인물 묘사와 연기다. 지아코메티의 성격 묘사와 예측불허의 행동이 다채롭게 묘사된 반면 말끔한 차림의 로드는 내면 묘사가 깊이가 부족한데다가 해머의 연기도 목석과 같다. 영화에서 능동적인 역이 지아코메티이고 로드는 모델로 수동적인 역이긴 하지만 해머가 보여주는 로드의 모습은 영양실조에 걸린 듯하다.
1964년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아코메티를 방문한 뉴요커 로드에게 지아코메티가 자기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로드가 이에 응하는데 2-3일이면 끝이 난다는 초상화는 3주나 걸려서야 완성된다. 이 동안에 일어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렸는데 지아코메티의 불연속적인 작품 활동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지아코메티는 자기 회의론자이면서도 피카소나 샤갈을 우습게 생각한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스튜디오 2층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미술가인 지아코메티의 동생 디에고(토니 샬룹).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두 사람이 지아코메티의 아내로 과거 남편의 뮤즈였던 아넷(실비 테스튀드)과 지아코메타의 현 뮤즈이자 애인으로 창녀인 캐롤라인(클레망스 포지).
지아코메티는 두 여자를 공유하고 있는데 아넷은 이런 남편의 모욕적인 태도와 철부지 아이 같은 행동에 지치고 좌절감에 빠져 있으면서도 남편을 곁에서 끝까지 지키면서 사랑한다. 테스튀드가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한다. 이와 반대로 젊고 활기찬 캐롤라인 역의 포지도 협소감이 있는 작품 분위기에 햇살 구실을 한다. 연기와 함께 또 다른 훌륭한 것이 조각과 그림 그리고 페인트와 진흙과 석고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스튜디오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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