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월 19일 금요일

나의 예술(My Art)


엘리가 ‘모로코’의 마를렌 디트릭을 재연하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재연하는 황금기 영화들… 향수 물씬


여류 영화인이요 사진작가이며 또 미술가인 로리 시몬스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품으로 약간 자기도취적이요 소품 안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채워 넣긴 했지만 상냥하고 민감하며 낙조의 서글픈 분위기를 지닌 예술적 작품이다.
전원목가요 로맨스영화이며 예술계 풍자극이요 중년의 위기 얘기이자 할리웃 황금기와 스타 파워에 대한 동경이요 대마초에 취한 코미디로 시몬스가 주연한다. 레나 던햄과 파커 포지 캐미오 출연.
뉴욕에서 미술을 지도하는 60대의 비디오 미술가 엘리(시몬스)는 하던 직업과 수업지도를 떠나 북부 교외의 친구가 집을 오래 비운 사이 쉴 겸 집을 봐주려고 병으로 뒷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애견 빙을 데리고 거대한 저택에 도착한다.
엘리는 집 안에서 친구가 숨겨놓은 다량의 대마초를 발견, 영화 내내 이를 피워대 보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엘리는 모두 배우 지망생들인 두 명의 정원사(로버트 클로헤시와 조시 새프디)와 인사를 나눈다.
이어 엘리는 자기 프로젝트 제작에 들어간다. 프로젝트란 화면에 투영된 할리웃 황금기 영화들의 장면을 재연해 비디오에 담는 것이다. 옛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은 엘리가 재연하는 영화들을 보고 그 영화 제목과 장면들을 상기하면서 애잔한 향수감에 젖게 될 것이다. 이 영화 장면 재연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엘리를 비롯해 두 정원사와 엘리 제자의 아버지(존 로스만).
엘리가 재연하는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마를렌 디트릭의 ‘모로코’, 킴 노박의 ‘피크닉’과 ‘벨, 북 그리고 캔들’, 마릴린 몬로의 ‘미스피츠’와 ‘뜨거운 것이 좋아’, 윌리엄 파웰과 앤 블라이스의 ‘미스터 피바디와 인어’, 스탠리 쿠브릭의 ‘클라크웍 오렌지’ 그리고 두 편의 프랑스영화인 카트린 드뇌브의 ‘쉘부르의 우산’과 잔느 모로의 ‘쥘르와 짐’.
이들 영화의 장면들이 감독의 애정과 정성이 가득히 담긴 마음으로 재연되는데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하듯이 다소 엉성한 부분이 있어 더 재미있다.
시몬스는 보통 사람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화사한 스타 파워를 자신이 재연하는 환상을 통해 찬미하고 느끼고 있는데 그 같은 마음이 화면 밖으로 분출되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시몬스의 영화예술에 대한 정열이 가득히 담긴 영화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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