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편지 위조범 이즈라엘(왼쪽)과 그의 공범 잭이 바에서 스카치를 마시고 있다 |
유명작가의 서명위조 사기 벌이는 매카시 연기 일품
1990년대 초 유명 스타들과 작가들의 편지와 서명을 위조해 팔아먹은 뉴욕의 여류 작가 리 이즈라엘의 실화로 코미디언 멜리사 매카시가 가발을 쓰고 비루먹은 개처럼 초라하고 누추한 모습으로 나와 드라마 배우로 변신한 흥미 있는 작품이다.
뉴욕 출판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작가의 창작력의 원천을 다루면서 아울러 유명 인사의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풍조도 더불어 조소하고 있는데 매카시의 연기는 벌써부터 상감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매카시의 연기와 함께 볼만한 것이 이즈라엘의 사기행각의 동료 잭으로 나오는 영국배우 리처드 E. 그랜트의 연기인데 변화무쌍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매카시와 그랜트의 콤비네이션도 일품으로 둘의 우정과 티격태격을 보는 것만 해도 즐겁다.
리 이즈라엘(매키시)은 완전히 한물 간 작가로 자기 책을 출판한 회사 편집자(베테런 TV 코미디언 제인 커틴)에게 전화를 하면 받아주지도 않는다. 렌트가 몇 달씩 밀렸지만(편집자의 집에 열린 파티에 가서 화장실의 남은 휴지를 가방에 쓸어 담을 정도로 궁색하다) 단골 바에 가서 스카치를 니트(얼음 안 탄 것)로 거푸 마시는데 유일한 위로라면 애주중지하는 고양이.
*최근 매카시와 가진 인터뷰에서 실제로도 스카치를 그렇게 니트로 미시느냐고 물었더니 요즘에는 옛날과 달리 얼음과 함께 마신다면서 “난 스카치를 즐긴다”고 대답해 “나도 스카치를 즐긴다”고 스카치 예찬에 동조했다.
이즈라엘은 어느 날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연구하던 중 책 속에 있는 유명작가의 서명이 적힌 친필 편지를 발견, 자기 가방에 숨겨 빼낸다. 이를 계기로 이즈라엘의 유명인사 편지와 서명 위조 작업이 시작되는데 편지 한 장에 수백달러씩 팔리는 바람에 렌트비도 조달되고 술값도 넉넉해진다.
이즈라엘이 위조하는 작가들은 노엘 카워드와 도로시 파커 등이 있고 연예인으로는 패니 브라이스가 있다. 이즈라엘의 필적 위조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책방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사는데 편지 내용은 다 이즈라엘의 창작이다.
어느 날 이즈라엘은 바에 들렀다가 과거 출판 기념파티에서 잠시 대면한 날건달 잭(그랜트)을 만난다. 둘 다 술꾼으로 즉석에서 죽이 맞아 잭은 이즈라엘의 위조 작업의 파트너로 참여한다. 그러나 한 동안 잘 나가던 사기행각이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FBI의 수사망에 떠오른다. 그래서 이 때부터 위조편지 판매는 잭이 대행하는데 결국 이즈라엘은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에서 이즈라엘은 판사가 선고를 하기 전 “나는 위조작업 하는 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면서 “가짜 편지의 내용은 다 내 창작의 산물”이라고 고백한다. 이즈라엘은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후에 자기 경험을 쓴 책 ‘Can You Ever Forgive Me?’는 뉴욕타임스에 의해 칭찬을 받았다. 이즈라엘은 2014년 75세로 사망했다. 매리엘 헬러 감독. R.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